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대와 공간, 역사를 초월하여 인간은 다양한 동물을 마음 속에 새겨두고, 또 숭상해왔다. 그리스 로마시대에도 신들을 상징하는 동물들이 있었고, 중세 르네상스 시대에는 말이나 양들을 신성한 상징으로 형상화 했다. 우리나라의 십이지간지를 비롯한 동물을 담아낸 민화 역시 동일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정미 작가의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들은 자신의 기억 속에 각인되어 있는 신화나 소설, 그리고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하게 된다. 그의 작품세계는 전반적으로 동물을 소재로 함과 동시에, 앞서 언급한 미술작품의
강은진 작가는 일상 속에서 마주한 현실 공간을 일상적 질서에서 벗어난 초현실적인 공간으로 재탄생 시키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작업의 소재들은 작가 개인의 기억 속에 내재된 것들에서 비롯되는데, 특히 화장실이라는 공간이 작품 속 주요 모티브로 자주 등장한다. 화장실은 그의 작업에서 인간이 자신의 내면세계와 대면하는 공간이자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안식처로써의 역할을 한다. 작가는 일상을 초월한 초현실적 공간의 표현을 위해 반복되는 곡선과 식물 패턴, 그리고 기묘한 모습의 동물들, 우수에 젖은 소녀 등을 그려내는 등,
김진희 작가는 여성에 대한 독특한 해석과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여성성을 재해석 해내 화단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다. 그의 관심은 개인과 우주 사이의 관계이다. 그는 ‘존재하는 나는 과연 누구인가? 내가 여성으로써 존재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개별자로서의 나는 어떠한 가치를 지니는가?’ 에 대한 실존적 물음에서 출발하여 동양의 고대 철학인 음양론에 귀결된다. 예로부터 여성은 음에 해당하며 생명의 근원인 대지 혹은 물과 같은 존재로 받아들여진다. 물은 반드시 낮은 곳을 향해 온 대지를 적시고 생명을 발아시키며 양육하는 존재가치를 지니는
이연호 작가 그림의 주제는 자연이다. 하늘과 구름, 바람, 꽃, 햇살이 우러나는 화폭 위에 붓질을 하는 순간 순간 작가의 마음결의 울림과 그 결에 담긴 염원들이 읽힌다. 그의 붓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깊숙한 자연의 내음이 실린 바람결이 우리를 감싸며 그 어느 곳보다 푸근한 자연이 품속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작가가 그려내는 자연은 그가 어린 시절부터 잠재된 내면 속에 꿈꾸어왔던 대상이다. 소재가 그림에 담겨 있는 것은 자연의 묘사이기 이전에 존재에 대한 깨달음과 개인적인 기억과 감성에 대한 기록이다.
장자(莊子)가 혜자(惠子)와 함께 호수의 돌다리 위를 노니는 중 장자가 말했다. “피라미가 나와서 한가로이 놀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물고기의 즐거움일세”혜자가 말했다.“자네는 물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 수 있겠는가?”장자는 “자네는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지 알 수 있겠는가?”라고 답했다. -장자(莊子) (외편外篇) 中 말이란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약속이자 전달을 위한 수단이지만, 말로서 전해지는 과정에서 참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분일 뿐일 것이다. 그리고 그 참이라
음악은 예술의 본질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 있다. 음악가는 음을 모아 화음의 연결인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악을 듣고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음 자체는 구체적 이미지를 묘사하지 않는다. 음을 가지고 음악가들은 어떻게 구체적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음을 배열하고 조합해내는 기술에 의해 가능하다. 이를 작곡이라 하는데, 구성의 진수를 보여주는 예술이다. 그래서 작곡과 구성을 콤퍼지션(composition)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미술에서도 음악의 이러한 태도를 따라 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인상
김소연 작가가 그동안 꾸준히 집중해 온 관심사는 '자연'이다. 작가는 자연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캔버스에 한지를 매체로 뭉치고 붙이고 유화적 기법을 적용하는 등 수 많은 기법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거쳐 자신만의 방식을 완성했다.그는 본래 자연의 형상으로부터 작업해 왔으나 근래에는 자연 자체의 외적 이미지 보다는 자연의 흐름이나 자연의 생명력과 같은 그 속에 함축된 비가시적인 것들에 주목하고, 외적 형상을 유지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추상적 요소들로 표현해내고 있다. 이는 작업의 본질이 대상의 묘사보다 색채나 선 등
현대미술의 다양한 장르 속에 자주 등장하는 요소 중 하나가 ‘초현실주의’(20세기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의 영향을 받아, 무의식의 세계 내지는 꿈의 세계의 표현을 지향하는 문학·예술사조)적 표현이다. 과거나 현대나 환상과 몽상으로 추구되는 이상의 세계를 어느 화가이든 상상해봤을 것이고 그려보고 싶을 것은 주된 소재일 것이다. 권희은 작가 역시 이러한 대표적인 작가 중 한 사람이다.권희은 작가는 초현실주의 화가들이 즐겨 사용했던 데페이즈망 기법, 즉 물체를 일상적인 질서에서 떼어내어 엉뚱한 곳에 놓아 심리적인 충격을 주는 방식을 통해 자
‘마티에르(작품 속 재료의 질감)’는 서사이다. 색채도 형태도 묘사도 그림에서 중요하지만 마티에르는 표현매개이기보다 그 자체로 서사로 읽히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묘사의 역할로서 대상의 질감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화면 전체를 이끌며 이야기를 드러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색상도 형태도, 작가의 의지로도 다 하지 못하는 것을 마티에르는 이야기하는 것이다. 박시유 작가의 작품세계를 보면 이러한 부분이 잘 드러난다.박시유 작가는 해바라기와 태양 볕을 모티브로 '빛의 향연'을 화폭에 담아내는 작가이다. 오랜 시간동안 해바라기
빈 캔버스는 현실의 세계와 대면하고 있는 또 다른 세계이다. 개념미술가 이우환 작가는 하얀 캔버스에 붓질이 찍히는 순간 현실의 세계와 또 다른 세계가 처음으로 만나는 순간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초기 문명사회 시절의 사람들은 신이 세상을 창조할 때 '빈 공간'을 먼저 창조하고 그 이후 '빛'을 창조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비어 있는 세계가 없이는 어떠한 것도 존재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한편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그가 발견한 ‘상대성 원리’에서 ‘빈 공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는 ‘빈 공간’(공기
흔히 예술을 가리켜 창조적 파괴 행위라고 말한다. 예술가의 독창성을 중시하여 나온 말이다. 여기서 파괴되어야 할 대상은 기존의 기법, 기존의 형식 등 작품창조와 관련하여 이미 존재하고 인정받고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때의 파괴는 이런 기존의 것들과의 결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무로부터의 창조가 될 수 없는 것이 또한 예술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것들로부터 탈피하되 적절하게 그것들을 바탕으로 삼아 새로운 미학을 개척해나가는 온고지신의 태도가 예술가들에게 요구되는 부분이다.신라연 작가의 작품이 여기에 해당한다. 신 작가는 우리의 전
숲은 모든 생명체를 포용하고 아우른다. 소멸된 생명체가 새로운 생명을 생성하기 위한 밑거름이 되고, 재탄생되는 등 자연의 순환이 실행되는 공간이 바로 숲이다. 숲은 우리에게 생의 흐름, 공존, 생성적 삶에 대한 인식을 전해주는 공간이다. 숲을 보고, 거닐고, 사유해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강종열 작가는 거대한 숲을 그린다. 아니 숲을 그렸다기보다는 숲의 인상을 안겨준다. 분명 풍경이고 숲을 연상시키는 흔적이지만 동시에 거대한 물감의 층위를 이루는 질료덩어리며, 촘촘한 붓질을 전달하는 기록이고, 자연에서 경험한 인상과
모든 것은 변한다. 그리고 시간 속에서 어느새 사라져 간다. 그 속에서 인간은 욕망한다. 시간을 거슬러 변하지 않는 무엇인가를 소유하고 싶어 한다. 이는 기억 속 시공간에 대한 인간의 욕망인 것이다.임영미 작가의 작업 속에는 유토피아에 대한 갈망이 담겨있다. 작가는 감, 꽃 등의 흔한 자연물을 소재로 선택했다. 흔하기에 오히려 현실에 가깝기보다는 비현실적일 정도로 멀게 느껴진다. 작가가 일상 속에서 소재를 구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의 흔한 소재의 선택과 이러한 작업 방식은 그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가 구현하고
점을 이어서 찍으면 선이 된다. 선을 연결하면 공간이 되며 어떠한 사물도 그려낼 수도 있다. 따라서 점은 회화의 가장 바탕이 되는 요소다. 점에 대한 미술가들의 관심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20세기 초 추상화가 나오면서 점은 그 자체로 지위를 갖기 시작했으며, 미니멀리즘 회화에서 점은 중심 요소로 격상하기에 이른다. 점은 잘만 찍으면 수억 원대를 호가하는 그림이 됐다. 이우환의 점 회화가 이를 보여준다. 과거 19세기 말 화가 조르주 쇠라(1859-1891)가 ‘빛의 입자설’을 재해석해 수많은 색점으로 형체를 만들어내, 당시 유행하던
박동구 작가는 시대적 변화를 따라가는데 두려움이 없다. 그는 30여년의 작품 활동 기간 동안 동양화 전공이었던 수묵화를 시작으로 채색화, 목각화로 옮기는 등 3번의 작품세계의 변화를 겪었다. 2010년을 시작으로 현재 조각한 목판 위에 색채를 입혀내 입체감과 색의 명확성을 강조한 한국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동서양화를 넘나들 뿐 아니라 작품세계의 변화 및 재료, 소재의 다양화를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다. 편백나무나 은행나무를 조각하거나 돌가루를 이용한 꽃을 형상화하는 기법은 현대미술의 영역에도 독특한 ‘박동구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잉크를 펜촉에 묻혀 선을 긋는다. 큰 종이 위에 하나의 선, 이제 시작...면을 채우고 진한 색감을 내기 위한 수많은 겹침. 펜은 펜대로 수많은 드로잉을 해대고 나는 그 선을 보며 치유한다"- 정충진 작가 작업노트 중 - 펜과 잉크를 사용한 그림의 총칭인 펜화는 피사넬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뒤러, 렘브란트, 마티스, 피카소, 세잔 등 중세에서 현대에 이르는 동안 수많은 명화 작가들도 작화 해온 방식이다. 선의 조밀이나 농담의 변화를 풍부하게 표현되는 것이 주된 특징이다.이러한 펜화로 캔버스에 색다른 풍경을 담아내는 정충진 작가
풍경화는 작가가 경치를 보고 단순히 묘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풍경을 새롭게 재생산해내는 것이다. 이는 마음속의 경치이자 마음이 만든 풍경이다.소나무 풍경 대표 작가인 ‘김영수’, 그의 작업을 보고 있으면 어딘지 텅 빈 듯한 적막감과 고요한 순간의 어떤 기억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갖게 된다. 문득 허전하고 외로움에 빠져들게 하는, 어딘지 허전하게 남는 그 정체는 무엇일까.그의 작업은 구상화이고, 소재는 평범한 소나무 풍경이며, 색상 역시 단조롭다. 유달리 꾸민 곳 없는 평범한 구상화, 단조로운 소재와 색상 처리, 그럼에도
현대미술에서 작가들에게 주어진 표현의 자유는 재료나 기법에 대한 영역 확장을 가져왔고, 인간의 삶 속에서 가능한 모든 것을 수용 가능하게 되면서, 소재의 고유한 특성이 곧 작가의 조형 의지와 내면을 대변할 수 있게 되었다.전통이라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전통적 이념이나 표현방법 자체를 변화시키거나, 작가의 표현 의도에 따라 소재와 이미지의 변용을 통해 새로운 미감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이러한 매체에 대한 자유로움읕 통해 작가들은 표현 영역을 넓혀가기도 하고, 동시대적 미감에 충실하면서 색다른 방식의 조형성을 획득하기도 한다.엄혜란
예술가들은 보통 일반인의 시각과는 차별화되는 현실을 꿰뚫어 보는 예리한 시·감각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예술을 통해,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일종의 능력을 제공하는데 김용식 작가 역시 그러하다. 그가 탐구하는 예술의 세계는 다분히 정신적이며 자기 고백적이다.김용식 작가의 작품 속 정신세계는 인간의 원초적 생명에 근원을 두고 있으며 우주의 신비와 시간성을 초월한 신화적 요소도 다분히 담겼다. 그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월무’(月舞) 시리즈 속 달은 하나의 생명체처럼 계속해서 움직이고, 숨 쉬고, 모양을 변화하는 유기체와
시각적인 요소를 이용해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작용을 캔버스에 담아내는 작가가 있다. 자신안의 모든 것을 비우고 오직 느껴지는 에너지의 강렬한 흐름에 따라 기도하는 마음으로 에너지를 쏟아 붓는 작가.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도연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과감하면서도 섬세한 그녀의 작품은 에너지의 폭발적인 팽창과 끌어당김을 표현하고 있는데, 캔버스를 눕혀 놓고 그 위로 물감을 직접 뿌리거나 쏟음으로써 얻어지는 우연적인 흐름과 윤곽을 통해 에너지의 생성과 확산이라는 역동적인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