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캔버스는 현실의 세계와 대면하고 있는 또 다른 세계이다. 개념미술가 이우환 작가는 하얀 캔버스에 붓질이 찍히는 순간 현실의 세계와 또 다른 세계가 처음으로 만나는 순간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초기 문명사회 시절의 사람들은 신이 세상을 창조할 때 '빈 공간'을 먼저 창조하고 그 이후 '빛'을 창조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비어 있는 세계가 없이는 어떠한 것도 존재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한편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그가 발견한 ‘상대성 원리’에서 ‘빈 공간’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는 ‘빈 공간’(공기
흔히 예술을 가리켜 창조적 파괴 행위라고 말한다. 예술가의 독창성을 중시하여 나온 말이다. 여기서 파괴되어야 할 대상은 기존의 기법, 기존의 형식 등 작품창조와 관련하여 이미 존재하고 인정받고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때의 파괴는 이런 기존의 것들과의 결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무로부터의 창조가 될 수 없는 것이 또한 예술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것들로부터 탈피하되 적절하게 그것들을 바탕으로 삼아 새로운 미학을 개척해나가는 온고지신의 태도가 예술가들에게 요구되는 부분이다.신라연 작가의 작품이 여기에 해당한다. 신 작가는 우리의 전
숲은 모든 생명체를 포용하고 아우른다. 소멸된 생명체가 새로운 생명을 생성하기 위한 밑거름이 되고, 재탄생되는 등 자연의 순환이 실행되는 공간이 바로 숲이다. 숲은 우리에게 생의 흐름, 공존, 생성적 삶에 대한 인식을 전해주는 공간이다. 숲을 보고, 거닐고, 사유해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강종열 작가는 거대한 숲을 그린다. 아니 숲을 그렸다기보다는 숲의 인상을 안겨준다. 분명 풍경이고 숲을 연상시키는 흔적이지만 동시에 거대한 물감의 층위를 이루는 질료덩어리며, 촘촘한 붓질을 전달하는 기록이고, 자연에서 경험한 인상과
모든 것은 변한다. 그리고 시간 속에서 어느새 사라져 간다. 그 속에서 인간은 욕망한다. 시간을 거슬러 변하지 않는 무엇인가를 소유하고 싶어 한다. 이는 기억 속 시공간에 대한 인간의 욕망인 것이다.임영미 작가의 작업 속에는 유토피아에 대한 갈망이 담겨있다. 작가는 감, 꽃 등의 흔한 자연물을 소재로 선택했다. 흔하기에 오히려 현실에 가깝기보다는 비현실적일 정도로 멀게 느껴진다. 작가가 일상 속에서 소재를 구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의 흔한 소재의 선택과 이러한 작업 방식은 그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가 구현하고
점을 이어서 찍으면 선이 된다. 선을 연결하면 공간이 되며 어떠한 사물도 그려낼 수도 있다. 따라서 점은 회화의 가장 바탕이 되는 요소다. 점에 대한 미술가들의 관심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20세기 초 추상화가 나오면서 점은 그 자체로 지위를 갖기 시작했으며, 미니멀리즘 회화에서 점은 중심 요소로 격상하기에 이른다. 점은 잘만 찍으면 수억 원대를 호가하는 그림이 됐다. 이우환의 점 회화가 이를 보여준다. 과거 19세기 말 화가 조르주 쇠라(1859-1891)가 ‘빛의 입자설’을 재해석해 수많은 색점으로 형체를 만들어내, 당시 유행하던
박동구 작가는 시대적 변화를 따라가는데 두려움이 없다. 그는 30여년의 작품 활동 기간 동안 동양화 전공이었던 수묵화를 시작으로 채색화, 목각화로 옮기는 등 3번의 작품세계의 변화를 겪었다. 2010년을 시작으로 현재 조각한 목판 위에 색채를 입혀내 입체감과 색의 명확성을 강조한 한국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동서양화를 넘나들 뿐 아니라 작품세계의 변화 및 재료, 소재의 다양화를 끊임없이 추구하고 있다. 편백나무나 은행나무를 조각하거나 돌가루를 이용한 꽃을 형상화하는 기법은 현대미술의 영역에도 독특한 ‘박동구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잉크를 펜촉에 묻혀 선을 긋는다. 큰 종이 위에 하나의 선, 이제 시작...면을 채우고 진한 색감을 내기 위한 수많은 겹침. 펜은 펜대로 수많은 드로잉을 해대고 나는 그 선을 보며 치유한다"- 정충진 작가 작업노트 중 - 펜과 잉크를 사용한 그림의 총칭인 펜화는 피사넬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뒤러, 렘브란트, 마티스, 피카소, 세잔 등 중세에서 현대에 이르는 동안 수많은 명화 작가들도 작화 해온 방식이다. 선의 조밀이나 농담의 변화를 풍부하게 표현되는 것이 주된 특징이다.이러한 펜화로 캔버스에 색다른 풍경을 담아내는 정충진 작가
풍경화는 작가가 경치를 보고 단순히 묘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풍경을 새롭게 재생산해내는 것이다. 이는 마음속의 경치이자 마음이 만든 풍경이다.소나무 풍경 대표 작가인 ‘김영수’, 그의 작업을 보고 있으면 어딘지 텅 빈 듯한 적막감과 고요한 순간의 어떤 기억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갖게 된다. 문득 허전하고 외로움에 빠져들게 하는, 어딘지 허전하게 남는 그 정체는 무엇일까.그의 작업은 구상화이고, 소재는 평범한 소나무 풍경이며, 색상 역시 단조롭다. 유달리 꾸민 곳 없는 평범한 구상화, 단조로운 소재와 색상 처리, 그럼에도
현대미술에서 작가들에게 주어진 표현의 자유는 재료나 기법에 대한 영역 확장을 가져왔고, 인간의 삶 속에서 가능한 모든 것을 수용 가능하게 되면서, 소재의 고유한 특성이 곧 작가의 조형 의지와 내면을 대변할 수 있게 되었다.전통이라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전통적 이념이나 표현방법 자체를 변화시키거나, 작가의 표현 의도에 따라 소재와 이미지의 변용을 통해 새로운 미감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이러한 매체에 대한 자유로움읕 통해 작가들은 표현 영역을 넓혀가기도 하고, 동시대적 미감에 충실하면서 색다른 방식의 조형성을 획득하기도 한다.엄혜란
예술가들은 보통 일반인의 시각과는 차별화되는 현실을 꿰뚫어 보는 예리한 시·감각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예술을 통해, 우리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일종의 능력을 제공하는데 김용식 작가 역시 그러하다. 그가 탐구하는 예술의 세계는 다분히 정신적이며 자기 고백적이다.김용식 작가의 작품 속 정신세계는 인간의 원초적 생명에 근원을 두고 있으며 우주의 신비와 시간성을 초월한 신화적 요소도 다분히 담겼다. 그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월무’(月舞) 시리즈 속 달은 하나의 생명체처럼 계속해서 움직이고, 숨 쉬고, 모양을 변화하는 유기체와
시각적인 요소를 이용해 보이지 않는 에너지의 작용을 캔버스에 담아내는 작가가 있다. 자신안의 모든 것을 비우고 오직 느껴지는 에너지의 강렬한 흐름에 따라 기도하는 마음으로 에너지를 쏟아 붓는 작가.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도연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과감하면서도 섬세한 그녀의 작품은 에너지의 폭발적인 팽창과 끌어당김을 표현하고 있는데, 캔버스를 눕혀 놓고 그 위로 물감을 직접 뿌리거나 쏟음으로써 얻어지는 우연적인 흐름과 윤곽을 통해 에너지의 생성과 확산이라는 역동적인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김미숙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잠재된 생명의 향기와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10년 넘게 엘랑비탈(èlan vital. ‘생명의 폭발’을 의미함)'에 천착하고 있는 작가다. '엘랑비탈'은 프랑스의 철학자 베르그송의 '생(生) 철학'을 이루는 근본 개념으로, '생명의 근원적인 비약'을 의미한다. 작가는 생명체로서의 꽃과 베르그송이 강조하는 엘랑비탈이 만나는 접점을 시각화했다.김미숙 작가는 "베르그송의 저서를 읽다 보면 지속과 생명, 운동, 역동적인 모습들이 상상돼 많은 자극을 받습니다." 라며, 꽃을 소재로 하는 것에 대해 "
이창훈 작가는 한국화의 채색 전통을 계승하여 호분, 분채 등의 색채 안료로 감성적 작품세계를 펼치는 작가다.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동물과 사물들을 소재로 작가가 상상해낸 다양한 캐릭터들로 재탄생 시키는 작업을 한다. 이러한 작업은 아름다움과 대중적인 친근감을 나타내는데 있어 적절한 방식으로 보여진다. 동화책에 나올법한 아이들의 이미지를 통해 동심을 자극하기도 하고, 소싸움 이미지와 같은 전통적이면서도 친근하고도 재미난 대상이 담긴 작업까지 진행하는 등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그의 작품 주요 소재이자 주인공인 소년
예술에서 전통적으로 이해되는 ‘재현’은 대상의 외현적 닮음 혹은 모방으로부터 나타나는 ‘구상’으로서 ‘정형화된 미’를 추구하는 반면, ‘비재현’으로 설명되는 ‘추상’은 ‘정형화되지 않은 미’를 나타낸다는 대립 관계로부터 출발한다.구상미술의 경우 모방의 대상이 존재하고 그 대상을 실제보다 더 실제처럼 보여 주는 반면, 추상미술은 모방하거나 닮아야 할 외부세계의 대상을 전제하지 않기 때문에 작품이 보여 주는 이미지의 시각적 외양 혹은 형태가 자유롭다.배진현 작가는 작품세계를 보면 구상미술과 추상미술의 양극단 어느 쪽도 아닌 ‘반추상 작
전창환 작가의 작품들을 보면 가장 쉽게 눈에 보이는 것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물 꽃, 과일 등 소재와 그에 따른 구성 방식이다. 작가는 이러한 소재들을 재구성하고 재해석함으로써, 자연의 생명력을 느낌과 동시에 자연미의 다양성을 표현했다고 말한다.소재의 단순함과 그것을 표현하는 표현기법의 일관성이 자칫 그의 작품세계의 단조로움으로 비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이어져 온 작업 과정을 살펴보면 그의 독특한 태도로 쉽게 읽어낼 수 있다. 꽃, 과일 등의 소재를 다시 정적인 구도로 잡아두는 화면 창출 방식의 일관성은
자연과 인간은 역사 이래 미술가들이 줄기차게 추구해온 주제다.김복동 작가 역시 그것들을 조화롭게 풀어가기 위해 풍부한 색채와 수평 구도로 자연의 미감을 노래하고 고요한 풍경화, 노인들의 초상화, 기독교 성화 등을 주요 소재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그중에서도 그의 풍경 작품 속 구성을 살펴보면 화면 속 산도 나무도 들도 물도 소실점으로 모여 하나의 선을 이루고 있다. 보이는 곳보다는 보이지 않는 곳에 더 관심이 가게하는 그의 작품은 수평선 너머 세상은 어떤 꿈의 세상일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해 관심은 이내 수평선 쪽에서 떠날 줄
‘제2의 샤갈’로 불리는 남프랑스 발랑스 출신의 작가 쥘레 게시(Gilles Ghersi)는 손의 감각이 마비되는 고통을 이겨내며 그림에만 전념한 ‘인간 승리’의 화가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은 남프랑스 특유의 화사한 색감을 지니고 있으며 일반 붓질로 그려진 게 아닌, 다양한 도구와 독특한 표현법으로 그려낸 작품에는 그만이 지닌 개성과 철학이 뚜렷이 담겨 있다. 한국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작가로, 우리를 기억에 관한 자유로운 연상으로 초대하는 그이기에 아트K뉴스 독자에게 소개한다.조금은 거칠고 원초적이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여과
, , 등 김재옥 작가의 작품 제목들만 들어도 그가 어떤 종류의 그림을 그리는지 짐작할 수 있다. 사실적인 묘사를 바탕으로 한 서정적 풍경화 임에 틀림없다. 그의 작업들은 주로 현장 풍경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다. 그가 눈으로 확인했던 대상을 그 때 그 순간의 감성으로 재현해내고자 한다.특별한 장소나 특이한 풍경을 보이는 것도 아니지만 색상이나 구도에서 담담하고 찬찬히 들여다보이는, 그러면서도 풍경을 바라보던 순간의 감동을 그림 속에 담아내고 있다. 그의 작품 소재들은 꽃과 나무, 언덕으로 난 길
이영 작가는 소녀 이미지를 통해 아련히 잊혀져가는 유년시절의 이야기, 순수의 시간을 그려낸다. 작품 속 맑고 깨끗한 아름다움의 이미지들의 간결한 구성방식을 통해 내면의 노래에 귀 기울이게 한다. 몽환적이면서도 상쾌한 한 줄기 바람 같은 신선한 색깔들은 청순, 우수에 젖은 듯한 소녀를 대하는 사유의 문을 열게 한다. 그 묘한 매력적인 힘이 그녀만의 독특한 감성과 체취일 것이다.그의 작품을 보고 있자면 지난 시간의 반추, 동경, 상념 등을 통해 새삼스레 삶을 깊은 시선으로 돌아보게 한다. 작가는 “제 작품을 통해 관객분들이 예쁜 마음으
전북지역에서 50여년 된 출판사 출판물 보관장소가 갤러리로 탈바꿈했다. 2018년 시작된 ‘F갤러리’는 권은경·곽풍영 사진작가에 의해 같은해 4월 첫 문을 열고 최근에는 5G 디지털시대 속도에 맞춰 새로운 매체환경에 대한 시야를 넓혀줄 미디어아트전이 개최되고 있다. 경기도 남양주 탐네갤러리와 전주 ‘F갤러리’는 곽풍영, 권은경작가의 노하우를 토대로 지역 예술인들이 함께 성장하는 구심점이다. 또한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해외로 활동하는 문화공간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피렌체, 노비리구레에 이어 오는 11월 27일~12월 3일 로마에서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