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가진 자와 못가진 자가 함께 소비한다. 미술품은 필수 불가결한 소비재가 아니기 때문에 구입자의 취향에 크게 좌우될 뿐만 아니라 거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런 점에서 미술품은 장식품이자 사치품으로 가진 자들의 향유물이다.근대 이후 미술품은 자본가들의 소비재였다. 대중 사회인 오늘도 소위 잘 팔린다는 작품들을 살펴보면 결국 가진 자들의 취향에 맞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미학적 고찰조차도 이러한 시장의 현실을 벗어날 수 없다. 팔리지 않는 미술품의 생산은 지속되기 힘들고, 지속되더라도 자칫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될 수 있다.미
최창봉 작가는 한국화 전통의 화선지라는 매체를 통해 이 시대의 우리 미감을 찾아가는 작가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패턴의 연속이며, 화선지의 두께를 가지고 작업한다. 그는 화면 위에다 색채를 칠하지 않고, 채색된 반투명한 화선지를 자신이 원하는 색감이 드러날 때까지 반복적으로 올려 색채를 만들어낸다.화선지를 겹겹이 겹쳐지며 스며든 색채의 투명하고도 깊은 울림, 쌓아 올리면서 생기는 선과 색면을 통해 한국적 추상 언어를 느낄 수 있다. 번거롭고도 오랜 시간을 요하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동시에 선, 색, 면의 서구적 기초 조형인식을 가
예술작품은 일반화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특이함과 개성을 지향한다. 일반적인 이해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잡힌 삶과 세계를 보여주려는 것이며, 일반적인 감성에 동의하거나 동조를 얻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자신의 세계를 일반화하여 보여주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그리고자 하는 세계에 대한 일반적 이해와 작가의 독특한 시선 간의 차이에 대한 표현이며, 그 차이는 난해함이나 개성으로 드러나는 것이고, 그 난해함이 곧 예술작품의 난해함이 되는 것이다. 그런 점이 때로는 작가에게 사회적 궁핍을 강요하게 되며
기억은 자기체험의 보존 방법이자 무시간적 존재다. 일렁거리는 파도 위에 작은 배가 떠가듯 기억은 망망대해 위로 떠다니며 현실과 과거 사이로, 혹은 과거를 현실로 불러내고 현실을 과거로 밀어내듯 그렇게 오가는 여정을 보인다. 그 여정 속 순간의 잔상들이 추억을 만드는 연결 통로가 되어 흔적으로 남는다.김유준 작가는 십수 년의 세월을 이러한 맥락을 추구 해오면서 그의 기억 속 시간여행을 즐기고 있다. 김작가는 “저는 체질적으로 제도를 싫어하며 특히 작업에 있어서 합리적인 것을 싫어합니다. 인간이 이성의 잣대로 자연을 해석하고 인과율의
강묘수 작가의 작업은 숭고를 화두로 한 채, 전통과 현대, 서구와 동양 그리고 공간과 시간을 자연주의 미학 속에서 ‘공존’ 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마주하게 하고, 세계를 대면하는 작가 자신에게는 치유의 제스처를 건넨다. 이러한 점에서 그의 작품 세계는 ‘화해와 치유를 위한 공존’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한편 강묘수 작가의 작품에서 주목할 것은, 전통적 미학 용어인 ‘숭고’를 ‘빛의 숭고’라는 개념으로 새롭게 해석하면서 ‘무위자연’의 미학을 조형적으로 실천한다는 것이다. 점묘법으로 빛을 명멸하게 하고, 희미하게 산포하는 방식이 대표적
예로부터 동양 문화권에서는 자아의 개별적 주관성보다 세계와 어우러지는 전일성(全一性) 내지 합일성(合一性)이 중시되었다. 그 사유형태의 근원을 불교사상과 노장사상 및 유가사상에서 볼 수 있는데 신비적 직관에 따른 통합적 세계를 지향하는 경향에서 찾아볼 수 있다.금사홍 작가의 작품 속 화두는 이러한 동양 사상에 입각한 '전일적(全一的) 회화’라고 할 수 있다. ‘전일적’이란 전체성을 띠고, 개체가 곧 전체가 되는 과정이며, 전체에 대한 인식 속 유기체적 자연관에 입각한 개체들의 합일을 가리킨다. 전체성을 띠고, 개인의 고유 경험을 통
평면 백자 도판 위에 매화, 소나무, 대나무, 산수, 도자기 등 한국적인 정서가 가득 담긴 소재들을 그려 가마에 구워내는 작업을 하는 오만철 작가. 그는 우리 전통 수묵화와 도자기의 합작품으로 공예 장르의 한계를 넘어 ‘도자 회화’ 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켰다.그의 작업은 전통 한국화와 도자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모색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국내 도입 10년 남짓한 ‘도자 회화’는 도자기의 기능성을 회화에 적극 활용해 도자기 특유의 전시·보관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뛰어난 영구성을 자랑하는 새로운 형태의 회화이다. 작가는 20
상품가치는 대중들의 욕망을 드러내는 것이자 그에 따라 결정된다. 모든 상품들처럼 미술품도 화폐와 동질적인 방식으로 변환 가능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면 작품의 의미 역시 화폐체계 속 그것이 차지하는 위상으로 환원될 것이다. 그것은 오늘날의 현상이다.예술은 키치가 되어 구매자들의 취향에 부합한다. 미적 판단기준이 부재한 가운데는 예술작품의 가치를, 그 이윤에 따라 평가하는 것이 가능하고 유용하기조차 하다. 사람들이 스스로 예술작품을 투자나 오락의 대상으로 삼을 때, 취향은 섬세해질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아트페어를 예로 들어보자. 아트
이성영 작가는 수묵화, 구상화 및 추상화, 오브제를 넘나들며 작품에 대한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준다.“이 시대에 맞는 회화 언어를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이 제 작업 입니다.”라는 이성영 작가. 이런 생각을 반영한 그의 작업은 동양적 내용과 서양적 재료, 기법의 어울림으로 새로운 감각의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다양한 재료(칼, 소반, 알약 캡슐 등)들을 활용해 자신만의 어법인 질감을 개발했고, 이를 바탕 삼아 전통적 구성 방법과 변형된 전통 기물을 조합해 이성영식 현대 회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이성영 작가가 사용하는 다양한 재료 속에는 버
사람들은 저마다 새로움과 이상을 갈구한다. 이를 충족시켜 주는 곳이 ‘미술관’, '갤러리' 라면 어떨까.소비자들은 지루함을 원치 않는다. 소비 문화 속 행복한 삶이란 지루함에서 벗어나는 삶이다.하지만 이미 미술계에는 새로운 것이라고는 남아 있지 않다. 현대화된 것을 다시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재구성할 뿐이다. 무에서 유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은 이제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미술관’, ‘갤러리’ 라는 장소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것의 만남을 가능케 한다. 더불어 발생하는 현대미술에 대한 대중적 기대는 일종의 쾌락과 자극이 된다.시장 중심의
‘비단은 100년, 한지는 1000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한국의 한지는 수천 년 동안 그 우수성을 인정 받아왔다. 강연수 작가는 이러한 한지로 대상을 재해석해 독창적인 작업 방식을 펼치고 있다.강연수 작가는 프랑스 4대 살롱전 중 하나로 꼽히는 ‘살롱 앙데팡당’(Salon des Independants) 한국전에서 작년 최우수상에 이어 올해 특별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살롱 앙데팡단전’은 미술학교와 아카데미가 주도하던 관료적인 살롱전에 반발한 화가들이 모여 1884년부터 개최 되어온 권위 있고 유서 깊은 살롱전이다. 신인상
최장칠 작가는 어린 시절 고향, 자연에 대한 향수와 순수한 감성으로 작품의 모티브를 찾고자 한다. 그것은 최장칠 작가만의 순수한 감성으로 정제된 세상이며 꿈이다.작가는 “감성적 인식의 완성이라는 미학적 개념에 접근하여 자연의 틀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감성이 결여된 이성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 그래서 스스로 고민하고, 체험한 결과 자연이 배제된 삶을 상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다” 라고 말한다.작가는 스크래치 기법을 활용하면서 자연의 따뜻함을 한층 더 고조시키게 되었다고 말한다. 스크래치 기법은 덧칠한 색에 따라, 그
남프랑스 발랑스 출신의 작가 ‘쥘레 게시’는 손의 감각이 마비되는 고통을 이겨내며 그림에만 전념해 ‘인간 승리'의 화가로도 유명하다.그의 작품은 남프랑스 특유의 화사한 색감을 지니고 있으며 일반 붓질로 그려진게 아닌 다양한 도구와 독특한 표현법으로 그만이 지닌 개성과 철학이 뚜렷하다.조금은 거칠고 원초적이면서도 세련되고 현대적인 감각을 여과없이 발휘하는 그의 작품들은 감성적인 색감과 더불어 가볍고 자연스러운 터치가 특히나 인상적이다.'색채의 마술사'라 불릴 만큼 작품 속에서 다양한 색을 보여주면서 감성의 마력을 발휘한다.특유의 온화
작가 조재만은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독창적인 작업을 하고 있다. ‘색의 감정' 시리즈와 ‘빛의 감정' 시리즈를 발표 이후 회화 작업에 몰두하며 시간을 시각화한 작품 ‘Wallpaper’ 시리즈와 ‘LOVE’ 시리즈를 발표했다.1996년 미국에서 작가 데뷔 이후 개인전 15여회, 국내외 단체전 및 초대전 100여회 참여 했다.최근 KBS, MBC, SBS 공중파 인기 드라마에 ‘색의 감정' 시리즈와 ‘Wallpaper’ 시리즈 작품 협찬을 통해서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작가 조재만의 포트폴리오가 품고 있는 키워드를 살펴보
정미애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루는 모티브는 고향에의 그리움, 즉 향수이다. 그 자신으로서는 가장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이 그림의 모태가 된다.경북 울진에 인접한 ‘후포’라는 작은 어항에서 태어난 작가는 초등학교 때 이미 화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게 된다.작가 자신의 삶의 공간이었던 어항과 그 바닷가에서 보낸 작은 파도와 흰 포말 등 작품 속 제재 및 소재들은 모두 어린 시절 추억과 연결된다.작품마다 등장하는 눈은 세상과 소통하는 일종의 통로라 할 수 있다. 눈은 작가 자신의 내면을 밝히는 성찰의 등대일 수 있고, 바깥
정고암 작가가 개척한 ‘새김아트’ 는 문자, 회화, 조각의 특성이 집약된 예술이다. 전통 전각 예술에 암각화, 문자, 초인, 민화 등 각각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단순미와 색채의 미학을 확대, 재해석한 한국적 정서의 현대 종합 예술로, 중국의 전통 예술로 분류되는 전각을 소재나 기법면에서 보다 발전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의 작품은 물질적 요소와 정신적인 요소들을 포함하여 포괄적인 개념으로 접근하고 문자, 회화 등의 기법에 새롭게 반영하여 전각의 장르를 확장시키고 있다. 전각 예술의 대중화와 현대화를 시도하는 그의 예술적 행보에
이주영 화백은 투철한 실험 정신으로 1978년부터 지속적으로 자연의 소리, 악기 소리 등의 파장과 울림을 연구하고 멀티 슬라이드 영상 작업을 거쳐 빛과 소리의 앙상블을 이루어내는데 천착했다.점, 선, 면이 파노라마처럼 화면 가득 펼쳐지는 그 의 작품들은 으로 불리며 새로운 예술 세계를 창조하고 있다.이주영 작가 작품의 흐름은 초기 회화의 음악성을 지키면서 1979년 두 번째 개인전인 프랑스 파리 의 유명한 마담리아의 갤러리에서 더욱 그 회화에서의 음악성을 정착하고 극대화 시킨다. 칸딘스키, 들로네, 클레
묵의 화가 이성근 작가는 서울 태생으로 15세에 이당 김은호 선생의 문하생으로 입문. 이당 김은호 선생은 20대에 궁정화가가 되어 순종의 초상화를 비롯 창덕궁에도 많은 그림을 남긴 근대 미술의 아버지라 불린다.작품의 주제 속에는 “환희"가 많은데 삶의 "환희" 즉 삶의 자유로움을 나타낸다. 이성근 작가는 "내가 자유로워야 작업도 자유롭습니다. 내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합니다. 문을 연다는 것은 진정으로 자유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만 장르나 재료에서도 자유로움이 생기는 것입니다. 스스로를 구속하지
조선 시대 사대부들은 의인화 수단으로 사군자의 소재인 매·난·국·죽의 고고한 자태를 흠모했다. 후손들은 과거를 반추하고 경배하는 차원에서 당시의 화풍을 전수하고 계승했지만, 만약 선조들이 미래의 바뀐 시대상을 소재에 변화를 준다면 어떻게 표현할지에 대해 관심을 두었을까? 동양화가 이군우 작가는 그림을 통해 그 시절 사대부들의 절개와 고결한 정신을 진채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노스탤지어의 신고전주의, 새로운 매체를 통해 고고하게 빛나는 매화. 한국화의 지조와 개성을 동시에 상징하며, 전통과 현대의 공존을 꾀하는 이군우 작가는 자연의
현대인들은 저마다의 치유 방법을 찾아가지만 완벽하게 치유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부분을 미술이라는 조형 언어적 표현 수단을 통해 매워가기도 한다. 원영수 작가는 휴식이 필요한 관람자들에게 작품을 통해 조금이나마 감성적으로 다가와 치유 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담아내고 있다.그의 작품 속에는 작가가 마음에 품고있던 욕구, 욕망, 희망, 소멸, 치유, 흔적 등이 담겨 있다.그는 일상 속에서 작업 동기를 얻고 조직(망), 물방울(욕망), 가면(이중성) 등을 내포한 상징적 의미의 소재들을 차용하여 작업을 하고 있다.그는 " '삶' 속 일상 탈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