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의 상생, 그리고 형상화

매향을 따라 흐르는 강가에서의 기억/ 김유준 作
매향을 따라 흐르는 강가에서의 기억/ 김유준 作

기억은 자기체험의 보존 방법이자 무시간적 존재다. 일렁거리는 파도 위에 작은 배가 떠가듯 기억은 망망대해 위로 떠다니며 현실과 과거 사이로, 혹은 과거를 현실로 불러내고 현실을 과거로 밀어내듯 그렇게 오가는 여정을 보인다. 그 여정 속 순간의 잔상들이 추억을 만드는 연결 통로가 되어 흔적으로 남는다.

김유준 작가는 십수 년의 세월을 이러한 맥락을 추구 해오면서 그의 기억 속 시간여행을 즐기고 있다. 김작가는 “저는 체질적으로 제도를 싫어하며 특히 작업에 있어서 합리적인 것을 싫어합니다. 인간이 이성의 잣대로 자연을 해석하고 인과율의 법칙을 파악했다지만 실제로 나아진게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인간이 달을 정복한 그 순간 우리는 달에 대한 꿈과 정서를 상실해버렸고, 이제 자연은 우리를 저버리고 있습니다. 인간 스스로 자연의 일부분이라 했으나 이제 우리가 주인임을 자처하면서 인간화된 자연을 보고 놀라는 것이 아이러니 하지 않나요?” 라고 언급했다.

위 언급을 통해 그가 왜 시간과 기억의 여행담을 우리에게 선사하고자 하는지, ‘시간과 기억’이라는 탈형식적 작품 양식을 보여주고자 했는지를 알 수 있다. 제도와 합리화가 우리로 하여금 병들게 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제도와 합리화가 시행되기 이전의 세계를 엿보게 함으로써 합리화된 세계와 대질시킬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마치 그는 여행하듯 그림을 통해 초시간적으로 기억들을 합성, 가상적 기호체계를 연출함으로써 그 스스로가 유년 시절에 경험했던 추억들을 재생해내고자 했고, 작업하는 방식과 방법에 있어서도 철저하게 합리적 절차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그의 작품은 유화임에도 불구하고 얼핏 한 폭의 전통 산수화의 이미지를 가지면서도 생략과 기호적인 요소들의 조합으로 새롭게 생성되는 현대적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재료적으로는 안료에 돌가루를 섞어 두툼한 질감의 벽면을 만든 후 강한 명도 대비와 산뜻한 보색 대비를 동원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옛 전승양식에서나 볼 수 있는 양식과 도상들로 배치함으로써 얻어낸 화면은 강한 한국적 정서, 한국의 얼과 기가 깃들어 있고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추구하는 작가의 의지가 담겨져 있다. 더불어 사물들이 배치된 공간이나 자리를 자유롭게 함으로써 시간의 정상적 연쇄에서 해방시켜주고 있다.

김작가는 “상극의 세계로부터 상생의 세계로의 전환만이 인류의 발전을 약속할 수 있다.” 라고 말한다. 그의 작품세계에서 자연과 인간이 ‘상생’ 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자연합일사상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 김유준
작가 김유준

◇ 전시 주요 이력

2019_갤러리셀시 기획초대 개인전 (서울) 
       _KIAF (코엑스, 서울)
2018_한일미술교류전 (시바타시청전시실, 일본)
2017_갤러리아트셀시 기획초대 개인전 (서울) 
2016_ 표갤러리 기획초대 초대 개인전 (서울)
       _양평의 미술가들 (양평군립미술관, 양평)
2015_홍익아트페어 (베스트웨스턴 서울가든호텔, 서울)
                                2014_Korea Russia (Russia museum of national art university,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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