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가진 자와 못가진 자가 함께 소비한다. 미술품은 필수 불가결한 소비재가 아니기 때문에 구입자의 취향에 크게 좌우될 뿐만 아니라 거의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런 점에서 미술품은 장식품이자 사치품으로 가진 자들의 향유물이다.

근대 이후 미술품은 자본가들의 소비재였다. 대중 사회인 오늘도 소위 잘 팔린다는 작품들을 살펴보면 결국 가진 자들의 취향에 맞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미학적 고찰조차도 이러한 시장의 현실을 벗어날 수 없다. 팔리지 않는 미술품의 생산은 지속되기 힘들고, 지속되더라도 자칫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될 수 있다.

미술품의 생산과 소비는 그렇게 시장을 만들고 이론을 만들고, 감상의 기준을 만든다. 더불어 시장이 왕성할 때 작품 제작과 다양성이 활기를 띠었다는 것은 역사 곳곳에서 확인되는 사실이다.

소비되지 않는데 생산되는 작품들은 시장이 없어 어떠한 평가도 없다. 평가가 없으면 시장도 형성되지 않는다는 속성을 부정하기 힘들다. 평가되지 못하는 미술품의 생산, 생산된 후 소비되지 못하는 작품들, 그것은 안 팎으로 이루어진 한 몸의 모습이다. 소비되지 않고 담론을 만들지 못하면 예술가는 빈곤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그리고 이러한 빈곤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는 이해를 요청해본다. 왜 빈곤한지를 묻지 말고, 무엇이 빈곤하게 하는지를 물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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