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주의적 작품은 수용자의 입장에서 볼 때 어떤 철학적 이념을 담고 있는 현대미술의 난해한 작품들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 무엇을 그렸는지를 금방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예술적 의미 찾기로 힘들어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쉽게 그림의 형식과 내용에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친밀감을 가질 수 있다. 그것은 대상의 모방이라는 사실주의적 그림의 특징 때문이다.

인간의 모방의 능력은 오늘의 문화와 문명을 만든 가장 큰 힘이다. 모방에 의해 인간은 앞 세대의 경험과 지식을 다음 세대로 옮길 수 있었고 그것을 축적할 수 있었다. 그런 능력이 인간과 다른 생명체와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모방이란 단순한 인간적 특징이 아니라 인간다움의 본질이기도 하다. 삶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능력인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모방 능력은 미술사를 통해 볼 때 오랫동안 찬양되어 왔다.

모방이란 속된 의미로 베끼기일지라도 그것이 자연이나 삶의 보편적 진리를 나타내 보일 때, 도달할 수 없는 인간의 이상과 정서를 묶어둘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인간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 더욱 중요한 의미와 가치가 부여된 것이다.

그러나 모방이란 언제나 객관적 대상을 전제하기 때문에 창의성에 의문을 갖게 하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대상을 잘 재현해놓은 작품들이 우리에게 어떤 이해의 강요 없이 순수함을 갖게 하는 힘이 있으며 우리가 사실적인 작품을 좋아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클 것이다. 그런데도 사실주의적 그림이 오늘에 와서 구태의연한 것으로 평가 받은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사실주의적 작품이 갖고 있는 표현방식이 상투적일 때, 우리의 삶과 세계를 신선하게 보아내게 하지 못하므로 낡은 양식으로 비춰지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사실주의적 특징이 갖는 평범함 속에서 특별함을 구현해내리라는 기대에 대한 실망 때문이며, 그만한 작품이 나타나기를 바라는 기대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주의적 작품이 보여주는 대상에의 치밀한 접근, 균형과 비례의 조화, 색상이 주는 심리적 울림 등의 형상화는 평소 아무렇게나 보아왔던 우리의 일상적인 주변을 예술적 감흥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단순한 형태나 색상을 통한 재현에 그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점이다.

대상의 재현이라는 점 만으로 사실주의 그림을 대할 때는 지났다. 그것은 방법으로 구체적 대상의 묘사와 사실적 형상과 색채가 필요한 것이다. 그것은 자칫 사실적 기법을 양식적 한계에 부딛치게 만들어버리고 손에 익은 기법에 안주하게 하고 만다. 사실주의 작가에게 항상 이 점을 염두에 작업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들이 사실주의적 작품을 통해 무구하고 순수한 대상과의 교감, 삶을 투명하게 직관할 수 있는 작업이 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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