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적 이해를 뛰어넘는 내적 성찰과 더불어 심미적인 관점을 제시하는 작가

침묵/ 한성수 作
침묵/ 한성수 作

한성수 작가는 인체를 제재로 한다. 인체 조각은 인간의 형상을 그대로 복제하여 영속적인 존재감을 부여하려는데서 출발한다. 하지만 현대조각은 그의 경우처럼 인간의 형상을 복제한다는 재현 미학에서 벗어나 인간의 내면 탐색이라는 새로운 시각적인 체험을 유도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세계를 드러낸다는 것은 용이한 일은 아니다. 그러기에 사실적인 인간 형상과는 다른 새로운 조형적인 해석 및 표현 방법이 필요하다.

그는 먼저 흙으로 자신이 구상한 인체 형상에 적합한 형태의 덩어리를 만든다. 그 흙덩어리에 은닉된 형상을 찾아내는 일련의 소조작업이 진행된다. 흙덩어리에서 흙을 떼어내고 부분적으로는 흙을 덧붙이면서 숨겨진 형상을 찾아낸다. 이러한 일련의 작업 과정은 전통적인 소조 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결과로서의 인체 형상은 충격적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그의 인체 형상은 패이고 일그러지며 떨어져나가 어느 한군데도 온전치 않은 형태로 남게 된다. 거친 호흡 및 손자국이 그대로 남아 마치 상흔과 같은 이미지를 보여준다.

아름다움을 중시해온 전통적인 인체 조각과는 사뭇 다른 형태 해석 및 조형 어법을 통해 그가 찾아낸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의 내면이다. 철심 위에 흙을 붙여 인체 형상에 도달하는 일반적인 소조 작업에 역행하는듯 싶은 그의 작업 방식은 인간의 내면 깊숙이 자리한 정신 및 감정을 캐낸다.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일반적인 인체 조형과 다른 접근 방식은 형상 그 이면에 존재하는 심미의 문제를 제기한다. 즉, 시각적인 이해를 뛰어넘는 내적인 성찰과 더불어 심미적인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다.

덩어리에서 흙을 뜯어내고 파냄으로써 인체 형상을 찾아내는 음각에는 그의 신체적인 힘이 그대로 묻어난다. 신체적인 힘에 반응하는 흙의 거친 표정은 생명의 파장이자 조형적인 운율을 의미한다. 높은 기술적인 완성을 통해 얻은 자유로운 손은 흙덩이에서 생명력을 끄집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불친절하게 느껴지는 거친 형상이야말로 고조된 미적 감정에 의해 유도되는 생명의 리듬을 은유하는 것이다.

어쩌면 그의 인체 조각은 숭고한 인격체로서의 절대자에 대한 숭배이자 간구의 표현인지 모른다. 음각의 거친 선에서 뿜어내는 영적인 신비는 인간 형상과는 다른 아우라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그가 추구하는 음각 형태의 인간 형상은 절대자에 가까워지려는 간구의 표현이다.
그가 강구해낸 음각 형태의 인물 형상은 내면 깊숙이에서 비롯되는 울림을 내재한다. 그로부터 형상을 찾아내는데 다소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으로 인해 오히려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호소력이 크다.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에 익숙해진 시선에는 고통스러운 감정을 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잠시 감정을 억제하고 찬찬히 들여다보면 내적인 세계뿐만 아니라, 시각적인 이미지 속에 담긴 심미의 기쁨도 맛볼 수 있다.

 

작가 한성수
작가 한성수

◇ 전시 주요 이력

* 개인전 : 5회 (예술의전당, 장은선 갤러리, A1갤러리,
                   Soun International Art, St. Urban Gallery)
* 국제아트페어 : 2회 (취리히 국제 아트페어, 상하이 국제 아트페어)
* 국내전 : 200여회
   국민일보 창간 30주년 한국현대미술 초대전, 평화누리 야외 조각전,
   윤화랑 개관 기념 초대전, 갤러리 로고스 개관 기념 초대전,
   한국현대조형작가회전, 한국조각가협회전 그 외 다수

저작권자 © 아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