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한 인내와 예술의 열정으로 표현하는 독특한 작품 세계
박해수 작가는 붓 대신 자신이 직접 갈고 닦은 여러 개의 날이 달린 헤라(나이프) 끝에 아크릴 물감을 뭍혀 원색의 실선들을 쌓아 만드는 노동집약적인, 일종의 액션 페인팅으로 새로운 점묘법을 보여주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19세기 신인상주의 화가들의 점묘법을 떠올리며 ‘신 점묘법’ 이나, 1970년대 활동한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화가 '잭슨 폴록'을 연상케 한다. 물감을 섞는 대신 작은 색점들을 찍어 감상자의 눈이 색을 혼합해서 보게 하는 점묘법, 박해수 작가의 작품도 가까이에서는 원색의 실선들이 두드러지지만, 떨어져서 보면 실선들이 어우러져 형태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점묘법과 비슷한 맥락에서 읽힌다.
초대형 캔버스를 바닥에 깔아 놓고 이리저리 다니며 물감을 쏟아부은 '잭슨 폴록'의 작품은 붓 대신 몸의 움직임으로 그림을 그린다하여 ‘액션 페인팅’ 이라 불렸다. 노동의 결과로 물감이 층층이 쌓이면서 깊이를 가지게 된다는게 박해수 작가와 '잭슨 폴록'이 연결되는 지점이다.
그리고 육체적 한계를 느낄 때까지 단순 반복의 작업을 되풀이해 무념무상의 경지로 가는 과정은 노장(老莊)이나 선(仙)의 세계에 맞닿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멀리서 보면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누구도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지독한 작업과 정을 엿볼 수 있는데 박해수 작가는 "수십, 수백가지의 색이 캔버스에 그대로 녹아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시선을 편안하게 당기는 원동력이 있지 않나 그렇게 봅니다." 라고 전했다.
그에게 있어 미술 작업은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돌보는 일이라고 한다. 물감을 몇 겹씩 쌓아올리는 작업 방식은 ‘삶의 고뇌를 담아내겠다’ 는 결심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캔버스를 떠나 사진, 비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요즘 미술계의 트렌드를 등지고 고집스럽게 ‘그리기’ 에 집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초기 구상계열의 작업에 비중을 두던 그는 현재 형태를 해체하며 면과 색에 더 치중하는 듯 하다. 앞으로 그의 작업이 미니멀쪽의 그림에 더 가까워질지 아니면 추상계열까지 넘나들지는 감히 추정을 하지 못할 것이지만 그가 자신만의 독창적인 표현 세계를 현대적 감각으로 확립해 나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 전시 주요 이력
2019_ 콩세유 갤러리 개인전 (서울)
_ KIAF 아트페어 (서울)
2018_ 이스탄불 아트페어 (터키)
_ SOAF 아트페어 (서울)
2017_ 광저우 삼현사 갤러리 개인전 (중국)
_ 인사아트 프라자 갤러리 개인전 (서울)
_ 한중수교 25주년 영사관 초대전 (중국)
_ 선전 아테 갤러리 개인전 (중국)
_ 이스탄불 아트페어 (터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