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 작곡가 "과감한 시도로 우리 시대의 오페라 고전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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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호 작곡가 "과감한 시도로 우리 시대의 오페라 고전 만들겠다"
  • 장영석 기자
  • 승인 2020.07.0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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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오페라 '뱀이 심장을 먹었어' 공연 장면.(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옥상훈)


한국에서의 첫 오페라 공연은 1948년 1월, 서울 명동 시공관에서 열린 소설 '춘희'를 소재로 한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였다. 이 공연 이후 70여년이 흐르면서 많은 인재들이 배출됐고, 한국 오페라는 발전했다.

한국 오페라가 성장한 것은 맞지만, 현실적으로 여전히 부족하다는 건 변명할 여지 없는 사실이다. 역사에 남을 만한, 세계에서 인정 받은 유명 오페라를 뛰어넘을 만한 작품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1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선정된 창작오페라 '뱀이 심장을 먹었어'의 작곡가 정진호 수원대 작곡과 교수(47)도 이에 동의했다. 그는 최근 서울 종로구 소재 한 카페에서 뉴스1과 만나 "오페라를 잘 쓰는 작곡가가 많음에도 아직까지 부족한 점이 있다"며 아쉬워했다.

한국에서 최고의 오페라가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많이 있다. 지원의 부족, 시스템의 부재, 소수만을 위한 작품 등이 그 이유이다. 그러나 정진호 교수는 그 이유로 '과감한 시도의 부족'을 꼽았다.

정 교수는 "지금은 한국 문화계의 황금기임에도 불구하고 오페라가 종합예술의 틀 안에서 여러 방면으로 시도하는 것이 적다"며 "오히려 오페라를 만드는 예술인보다 대중의 수준이 훨씬 높아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를 포함해 오페라 만드는 사람만 정신 차리면 된다"며 "'이걸 오페라라고 해도 되나'하는 작품을 만들어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작곡에 참여한 창작오페라 '뱀이 심장을 먹었어'도 이런 의미에서 시도한 작품이다. 오페라는 혼자서 만드는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완벽하게 다른 실험을 시도하진 못했지만, 이난영 작가의 대본과 윤상호 연출, 우나이우레초 지휘자, 김앤리오페라단의 출연진들과 함께 대작을 만들기 위해 나섰다.

이 작품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메두사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이난영 작가는 머리가 뱀 12마리로 돼있는 메두사가 원래 예쁜 소녀였지만, 포세이돈에게 겁탈당하고, 정의의 신 아테네가 포세이돈에게 내리려던 저주를 메두사가 받게 되면서 생긴 이야기로 창작했다.

 

 

 

 

 

 

 

 

창작오페라 '뱀이 심장을 먹었어' 공연 장면.(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옥상훈)

 

 

작품은 이 과정에서 논란이 된 고(故) 장자연 사건 등 한국사회 속 정의의 부재와, 인간의 본질에 대해 묻는다. 정 교수는 이런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바하의 음악을 장치로 가져왔다. 정 교수는 기독교인이지만, 현재 종교가 깨끗하지만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바흐는 평생을 기독교 음악을 한 작곡가였다. 그는 바흐를 좋아하지만, 그의 음악을 통해 모순적인 사회를 드러내고자 했다. 작품의 내용과 주제가 무겁다고 해서 음악 전체가 심각한 분위기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그는 텐션을 조절하고, 해학적인 요소들도 음악에 배치했다.

작품은 내년 2~3월에 막을 올릴 계획으로 마지막 수정 작업 중이다. 정 교수는 "힘든 단계이지만 영혼을 갈아넣으면서 작업하고 있다"며 "어려운 것을 시도하는 게 예술가에게 제일 기쁜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힘을 합쳐 만든 이 오페라가 "이 시대의 고전이 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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