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 "플라이 미 투 더 문~~~♬♬"
상태바
[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 "플라이 미 투 더 문~~~♬♬"
  • 아트뉴스
  • 승인 2020.07.03 12: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에릭 요한슨의 '보름달 서비스'


달이 한 입 베어 문 해-.

달이 태양의 일부를 가리는 부분 일식(日蝕) 우주 쇼를 확인하며 우리는 달과 해의 관계에 대해 또 한 번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마추어 사진가인 친구는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들고 나가 뙤약볕에서 몇 시간 동안 이 광경을 촬영해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경이로운 우주 쇼가 10년 뒤에나 다시 찾아온다고 하니 놓치고 싶지 않았으리라.

해와 달은 지구라는 행성의 생명을 결정한다. 해와 달은 인간의 삶 그 자체다. 모든 종교는 태양과 달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인류 최초의 종교는 태양신을 섬기는 것에서 출발했다. 모든 문명의 신화에는 태양신이 등장한다. 이슬람 국가들의 국기에는 대부분 초승달과 별이 그려져 있다. 마호메트가 신의 계시를 받을 때 밤하늘에 초승달과 별이 떠 있었다는 전설에서 유래되었다.

해는 남성, 달은 여성을 상징한다. 해는 눈이 부셔 오래 바라볼 수 없지만 달은 아무리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다. 달은 관찰하고 음미하고 사색하고 염원하고 고백하고 상상하고 꿈꾸는 대상이다. 모든 신화와 전설, 문학과 예술의 영원한 소재는 달이다. 지구에서 달이 원형으로 보이는 보름달(full moon)을 찬찬히 바라다보면 신비롭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꼭, 누가 달에 살 것만 같은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인간은 지구상에 존재한 이래 달을 연모하고 열망했다. 수만년 영글어온 그 꿈이 마침내 1969년 인간이 달에 첫발자국을 내딛도록 했다. 그 후 세계 여러 나라는 달에 착륙하기 위해 우주선 개발 경쟁을 벌여왔다. 달 착륙은 곧 과학기술강국의 공인 인증서였다. 지난 3월에는 중국의 무인 달 탐사선 창어(嫦娥) 4호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했다. 무인 탐사선 이름이 왜 창어인가. 고대 중국인은 달에 선녀가 산다는 전설을 믿었다. 그 선녀가 창어다.

에릭 요한슨과 백남준의 '달'

줄리 런던(1926~2000)이 1963년에 부른 '플라이 미 투 더 문'(Fly me to the moon). 이 노래는 왜 50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많은 가수에 의해 리메이크되는가. 또 세대를 뛰어넘어 우리들은 이 노래를 들으면 꿈을 꾸듯 기분이 좋아지는가.

"달에 날아가도록 하여 / 별 속에서 놀게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 목성이나 화성의 봄을 보았으면 해요…"

오드리 헵번이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창가에 앉아 부른 주제가가 '문 리버'(moon river)다. 문 리버, 달빛으로 흐르는 강~. "문 리버 / 몇 마일이나 되는 넓은 강이여 / 어느 날엔가 나는 아름다운 그대를 건너가리…"

인간은 달(혹은 별)에 대해서만큼은 '딴다'라는 표현을 쓴다. 달을 마치 사과나 감귤과 같은 과일로 비유한 것이다. 그만큼 가깝고 친근하게 여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그렇다.

스웨덴 출신의 초현실주의 사진작가 에릭 요한슨은 사진을 합성하고 조작해 현실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창조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요한슨의 대표작 중의 하나가 '풀 문 서비스'(full moon service)다. 들판에 나가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달을 따서 자동차 트렁크에 싣는 장면! '풀 문 서비스'를 볼 때마다 인간의 상상력은 정말 끝이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요한슨은 달을 따는 데 성공한 최초의 인간이다.

 

 

갤러리현대에 전시되었던 백남준의 작품 달은 가장 오래된 TV. 조성관 작가

 


1970년대 아르헨티나 영화 '나자리노'가 세계적으로 크게 히트한 적이 있다. 보름달만 뜨면 늑대로 변하는 늑대인간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 영화다. 어느 마을에서 일곱 번째로 태어나는 아이는 저주를 받아 보름달에 뜨면 늑대로 변하는 운명이 된다. 이 영화의 테마 노래가 'When a child is born'(한 아기가 태어날 때)이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ET'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보름달이 등장한다. 주인공 엘리어트가 ET에 하얀 천을 씌워 자전거를 타고 하늘을 나는 극적인 장면의 배경에 보름달이 두둥실 떠오른다.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1932~2006)은 달을 가리켜 '인간의 가장 오래된 TV'라고 정의한 사람이다. 1950~60년대 일부 학자들이 TV를 바보상자라고 조롱할 때 백남준은 TV 속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한 사람이다. 혼자 독일에서 TV를 독학하고 연구해 뉴욕에서 만개시킨 것이 '비디오 아트다'다.

1969년 7월 20일, 달 궤도에 도착한 아폴로 11호가 해치를 열고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탄 착륙선을 내려보냈다. 그때 사령선에서 달을 향해 틀어준 음악은 드보르자크의 '신세계 교향곡'이었다. 9번 교향곡의 원제는 '신세계로부터'. 드보르자크가 1894년 뉴욕에 머물 때 고향 땅 보헤미아에 대한 향수병에 빠져 쓴 곡이 '신세계로부터'다. 구세계인 유럽 대륙에서 볼 때 미 대륙은 분명 신세계다. 인류 최초로 달에 첫발을 내딛는 역사적인 이벤트를 기념하는 음악으로 어떤 게 좋을까. 미항공우주국(NASA)에서는 9번 교향곡 '신세계로부터'를 선정했다. 기막힌 선곡이다. 신세계에서 쏘아 올린 우주선을 타고 달에 첫발을 떼는, 인류 역사상 최대의 사건에 어울리는 음악은 '신세계교향곡' 뿐이다.

달과 관련된 가장 유명한 음악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월광'(月光 Moonlight)이다. 1801년 빈에서 작곡한 '월광 소나타'는 모두 3악장으로 구성됐다. 특히 1악장이 압권이다. 유튜브에서 1악장 연주를 들어보면 왜 사람들이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이야기하는지 깨닫게 된다. 보름달이 떠 있는 곳에서 들으면 환상적이고 사색적인 분위기가 최고조에 이른다. 달과 인간이 달빛 선율로 합일되는 기분이다.

 

 

보헤미아 비쇼카 숲의 루살카 연못. 조성관 작가

 


'루살카'의 영감을 받은 곳

달과 관련된 오페라도 있다. 보헤미안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1841~1904)의 '루살카'(Rusalka)다. 몇 년 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도 이 오페라가 무대에 올려진 적이 있다.

'루살카'는 오페라에 등장하는 여주인공인 물의 요정이다. 숲속에 사는 물의 요정이 어느 날 사냥을 나온 잘생긴 왕자를 보고 첫눈에 반다. 혼자 마음을 끓이다가 마녀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마녀는 인간이 되어 왕자와 결혼할 수 있는 약을 만들어준다. 대신 평생을 벙어리로 살아야 한다. 그러나 왕자가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될 경우 머리칼은 노파처럼 하얗게 변한다. 루살카는 인간으로 변해 왕자와 결혼하지만 결국 왕자에게서 버림을 받는다.

'루살카' 1막에 나오는 아리아가 '달에 부치는 노래'다.

"하늘 높이 떠 있는 달이여 / 그대는 인간이 사는 모든 곳을 내려다볼 수 있겠지 / 잠시 멈춰 내 연인이 어디 있는지 알려다오/ 내가 마음속에 그를 품고 있다는 거 / 누가 여기서 기다리는지를 전해다오~~~."

드보르자크는 모두 11곡의 오페라 곡을 썼지만 21세기에도 무대에 올려지는 작품은 10번째 작품 '루살카' 뿐이다. 그래서 그는 오페라 작곡가보다는 교향곡 작곡가로 더 알려졌다.

모든 작가와 예술가에게 마르지 않는 영감의 원천은 사랑과 대자연이다. 드보르자크는 눈을 감기 2년 전까지 곡을 썼다. 그에게는 자연 속의 작업 공간이 있었다. 그곳이 비쇼카 숲이다. 프라하에서 자동차로 50분 거리다.

 

 

비쇼카 숲의 드보르자크 루살카 별장. 이곳에서 루살카를 썼다는 플라크가 붙어 있다. 조성관 작가

 


그는 백작인 동서가 물려받은 거대한 영지(領地)인 비쇼카를 가보고 그 숲에 매료된다. 그러자 백작이 그에게 헐값에 영지의 일부를 내어준다. 작곡가는 그곳에 2층의 집을 지었다. 프라하 도시 생활에 심신이 지칠 때면 그는 기차와 우편마차를 타고 비쇼카 숲에 와서 지내곤 했다.

비쇼카 숲을 걷다 보면 울울한 숲속에서 무언가 금방 튀어나올 것만 같다. 비쇼카 숲에는 작은 연못이 하나 있다. 작곡가는 이 연못을 좋아해 자주 찾곤 했다. 이곳에서 '루살카'의 영감을 얻었다. 달빛이 교교하게 숲 사이를 파고들어 연못에 비칠 때면 누구라도 어떤 신비한 느낌을 받을 것이다. 시인이라면 시상(詩想)이, 작곡가라면 악상(樂想)이 떠올라 뭔가를 끄적거리지 않을 수 없으리라.

작곡가는 별장 2층 방으로 올라가 곡을 썼다. 그게 '루살카'다. 1막의 아리아 '달에 부치는 노래'는 이렇게 보헤미아의 비쇼카 숲에서 태어났다. 작곡가는 육신은 노쇠했지만 비쇼카 숲에만 가면 영혼은 언제나 청춘이었다. '슬라브 무곡' '교향곡 7번'을 비롯한 드보르자크를 대표하는 여러 명곡이 모두 숲의 정령들이 가져다준 것들이다. 비쇼카 숲의 기념관은 현재 증손자가 지키고 있다. 드보르자크의 여덟 번째 자식이 그의 할아버지다. 비쇼카 숲은 드보르자크 음악순례의 하이라이트다.

 

 

드보르자크가 루살카 슬라브무곡 등을 작곡한 방. 조성관 작가

 


스페이스X의 CEO 일론 머스크가 달과 화성으로의 우주여행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다. 머스크는 얼마 전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해 그 실현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Fly me to the moon, …Let me see what spring is like, On Jupiter and Mars~~♬♬♬"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