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느강에서 19-1  / 김도형 作
세느강에서 19-1 / 김도형 作

김도형 작가는 독특한 시각으로 세상과 마주한다. 그에게는 세상을 온통 보라색으로 바꿔놓는 특별한 프리즘이 있다. 현실적 색깔과는 완연히 다른, 다채로운 보라색으로 가득한 세상 풍경은 그 자체만으로도 경이로운 조형적 체험이며 현실에 기반을 두면서도 거기에서 벗어나는 초월적 세계를 담아낸다.

김 작가는 “제 작품에서 중요한 조형 요소인 ‘색’은 저의 마음을 가득 채우는 요소입니다. 복잡한 형태를 화면에 끌어들이기보다는 단순하고 정적인 것에 주목하고, 그리고 형태 그 자체보다는 그저 색으로 가득한 화면을 만들어내고자 합니다. 우리 주변엔 아름다운 색들로 가득하지만 저는 특히 보라색에 매력을 느낍니다.” 라고 전했다.

실제로 작품 속 주조를 이루는 ‘보라색’은 다른 색들과의 조우를 통해 캔버스에 시공간을 부여하고, 색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부원동 새벽시장  / 김도형 作
부원동 새벽시장 / 김도형 作

 

그의 대표작중 하나인 '부원동 새벽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작가가 젊은 시절 화방을 하며 화가의 꿈을 키웠던 경남 김해시 부원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보라색으로 물든 풍경과 따뜻한 색감의 표현을 통해 신선한 미적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이곳은 옛 김해시외버스터미널 자리 부근으로, 수십 년 동안 각종 채소류 등을 팔던 노점상들이 비어가는 터미널 자리로 밀고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김해 새벽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변변한 건물이 없는 난전이지만 작가에게 있어 그리운 동네다.

자신이 거주했던 동네를 그린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자신이 몸담고 있던, 일어나고 자고 작업하던 그곳에 관한 관심은 자신에 관한 관심과 다르지 않다. 그곳은 풍경으로서 객체가 아니라 그림 그리는 주체인 자신을 배제할 수 없는, 주관적 부분이기도 하다. 작가가 보고 있는 것들, 그곳에는 언제나 실재하는 삶과 시간이 있었고 또 있다. 개발만이 가치인 듯 행세하는 현대 속으로 사라진 공간과 그 속의 삶, 잊혀진 그 시간과 장소에 대한 시선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다.

김도형 작가는 그곳을 바라본다. 대단한 풍경이고 대단한 건물이라서가 아니라 삶의 무늬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한 작가의 생애에서 그가 그린 장소와 시간이 오랫동안 남아 기억되고, 삶의 현장으로 추억의 시간을 불러낼 수 있다면 예술의 큰 성취다. 과거의 시간과 장소를 저장하는 방법에는 문자 기록도 있고 영상 기록도 그에 다르지 않지만, 회화로 남겨진 곳의 장소성은 기록이 아니라 삶의 호흡이자 터가 만든 존재로서의 무늬이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표현주의 화가인 ‘에곤 쉴레(Egon Schiele)’가 살고, 봤고, 그렸던 자국의 풍경과 그림들이 현재의 우리에게 단순한 풍경화가 아닌 감동을 주고 있듯이 김도형 작가의 작업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더욱이 오랜 시간 그곳을 지키고 있는 오스트리아의 문화적 태도와 달리 하루가 다르게 옛것을 부수고 새것을 재촉하는 우리의 실태에 비춰 본다면, 추억의 보라색 풍경에 대한 작가의 의지와 애틋함을 절절히 확신할 수 있다.

더불어 풍경을 풍경으로 있게 하고, 풍경을 볼거리가 아니라 인간의 흔적과 애정을 담아내는 ‘장소’로서 보게 하는 힘은 작가에게서 나온다. 김도형 작가의 작업을 통해 인간의 장소에 관한 애틋함은 피어나고, 그를 통해 한 시대의 풍경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와 장소가 교감해서 그림으로, 그림은 다시 사람과 시대의 공감을 넓혀가는 촉매제로 작용하는 과정이 김도형 작가의 붓끝에서 이뤄지고 있다.

 

 

작가 김도형
작가 김도형

◇전시 주요 이력

2019_살롱 앙데팡당 한국전, 갤러리K, 김해 서부문화센터 개인전
2018_프랑스 기행전, 갤러리 캐슬
2017_갤러리 바람 초대개인전
2015_김해 문화의 전당 윤슬미술관 개인전
2012_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개인전, 김해 문화의 전당 윤슬미술관 개인전
2011_갤러리 봄 누드 드로잉 개인전, 하버 갤러리 개인전
2009_갤러리 예술공간 개인전 김해 문화의 전당 윤슬미술관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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