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회화의 시작, 미니멀리즘의 계보를 잇는 작가 최창봉
상태바
한국 현대회화의 시작, 미니멀리즘의 계보를 잇는 작가 최창봉
  • 임지현 기자
  • 승인 2020.08.08 23: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그림의 표현과 구조가 최소화로 의도된 회화(미니멀 회화)를 볼 때 항상 이런 질문에 부딪힌다. 그림을 본다는 것은 무엇이고, 그림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 미술에서 전위적 가치를 가진 이 작업이 현재에 와서는 어떤 의미를 지니는 걸까.

미니멀리즘 미술사조는 한국 현대미술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현대성, 전위성, 새로운 감성, 우리 것에 대한 논리적 제시 등은 앞 시기의 근대성을 뛰어넘어 현대화로 진입하는 혁신적 계기를 만들었다. 그에 속한 작가들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구자적 위치와 미술계 내의 중요한 영향력을 가진 집단이 되었다. 흔히 단색화라고 표현되는 한국적 미니멀리즘의 중심에는, 현재 미술경매시장에서 가장 주가가 높은 현존 작가 이우환 화백이 있다.

이처럼 현대회화의 중요한 쟁점이자 전환점을 만들었던 미니멀리즘 회화는 여전히 그 작가 집단을 중심으로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작업에 대해 초기와 같은 평가가 계속될 수 있는지, 현시대에 와서 새롭게 읽혀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인 것도 사실이다.

 

최창봉 작가의 '선,색,면-사이(2)'
최창봉 작가의 '선,색,면-사이(2)'

한국화가 최창봉은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미니멀리즘 열풍 속에서 그 계보를 이을만한 독창적 작품 세계를 펼치고 있다. 한국화 전통의 화선지라는 매체를 통해 이 시대의 우리 미감을 찾아가는 미니멀리즘 작가다. ‘점, 선, 면-사이’라는 일관된 작품 제목을 사용하는 것에서도 회화를 대하는 최 작가의 태도와 의지가 드러난다. 최창봉의 화면에서 보이는 점, 선, 면은 무엇을 그리려는 의도를 지닌 것이 아니라 그저 조형의 기본 단위일 뿐이며, 미니멀리즘 이론에 충실한 ‘추상의 최소 단위’인 것이다.

최창봉의 작품은 단순한 패턴의 연속이며 화선지의 두께를 가지고 작업한다. 그는 화면 위에다 색채를 칠하지 않고, 채색된 반투명한 화선지를 자신이 원하는 색감이 드러날 때까지 반복적으로 올려 색채를 만들어낸다.

<선,색,면-사이(2)>를 보면 화선지가 겹겹이 겹쳐지며 스며든 붉은 색채의 투명하고도 깊은 울림, 쌓아 올리면서 생기는 선과 색면을 통해 한국적 추상 언어를 느낄 수 있다. 번거롭고도 오랜 시간을 요하는 일련의 과정은 선, 색, 면의 서구적 기초 조형인식을 우리 눈앞에 가시화시킨다. 최장봉의 화폭을 일컬어 ‘수묵조형작업’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Untitled,1970 ⓒ1998 Kate Rothko Prizel und Christopher Rothko
Untitled,1970 ⓒ1998 Kate Rothko Prizel und Christopher Rothko

그의 작업을 보고 있자면 추상표현주의 선구자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색면 추상 회화 작품이 떠오른다. 발산하는 색채가 아니고 겹겹이 올려져 침잠하는 색. 한없이 가라앉아 스며드는 색채인데도 우리들의 눈을 끌어당기는 것은 탁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최창봉 작가로 돌아와, 겹겹이 올려져 쌓인 화선지의 흔적과 깊이감은 시간과 공간마저 담아냄으로써 새로운 표현 가능성과 의미의 확장, 반복되는 기법에의 부담에서 벗어나고 있다. 영역 확장을 시도한 것이다. 최 작가는 선, 색, 면과 같은 표현의 기본적 결합, 그리고 그것들로부터 나타나는 틈새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그는 “안과 밖, 너와 나, 신비로움과 일상 등 대칭되거나 대비되는 이것과 저것을 메우는 단서인 동시에 이편에 있으면서도 저편을 상상하는 자유로움과 또 다른 통로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틈새는 수많은 흐트러짐을 품으며 만들어진 단순한 사각의 평면 구조 속에서, 우리가 함께 공존하는 많은 것들에 존재하는 미지의 기류를 예감하게 합니다. 얇고 민감한 화선지에 겹겹이 올려지는 수묵 채색의 지난한 반복의 과정은 물과 스며드는 종이의 특성을 고요하게 보여주며, 이러한 미지의 기류를 탐닉하는 작업에 저를 몰두하게 합니다. 그리고 이는 동양의 명상적 세계와 닮아있는 듯합니다.”라고 전했다.

작가는 한국화의 전통을 잇는 최소한의 매체적 한계를 저버리지 않으면서도 동시대의 감수성과 미감을 구현해내고 있다. 서구적 형식과 동양적 내용, 동양적 형식과 서구적 내용을 자유롭게 횡단하며 전통과의 연계를 바탕으로 한 ‘진일보 형식’을 구축하고자 하는 그의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작가 최창봉
작가 최창봉

◇ 전시 주요 이력

2020_콩세유 동행전 (갤러리 콩세유)
2019_전북 회화 30주년 기념전 (누벨백 미술관)
_갤러리 콩세유 기획초대 개인전 (갤러리 콩세유)
2018_대만 국부기념관 초대전 (타이페이 국부기념관, 대만)
_KAFA 국제아트페어 특별전(킨텍스)
_DIAEA 국제 미술 교류회 몽골전 (몽골 국제아트갤러리, 몽골)
2017_전남 국제프레 수묵 비엔날레 (목포문화예술회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