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원대학교 나병철 교수의 ‘문학의 시각성과 보이지 않는 비밀’

문예출판사가 한국문학을 다각적으로 분석하며 꾸준히 비평의 장을 확장해온 한국교원대학교 나병철 교수의 ‘문학의 시각성과 보이지 않는 비밀’을 출간했다.

나병철 교수가 주목한 ‘시각적 불평등성’이란 ‘없는 사람’이나 혐오스러운 존재가 되는 것으로, 영화 ‘기생충’에서 기택 가족이 ‘이상한 냄새’로 표현되는 것이 예이다. 이는 경제적 불평등성이 시각적·감성적 차별로 전이된 사회의 비극을 보여주는 것이다.

문학은 이러한 비가시적 존재들을 은유·상징·환상을 통해 ‘보이게’ 만들고, 보이지 않던 무력하고 비천한 존재들을 실재계적 저항의 주체로서 드러내왔다. 저자 나병철은 은밀히 실재를 드러내는 이러한 미학적 은유와 환상이 권력의 캐슬을 뒤흔드는 새로운 존재론적 저항이라고 말하며, 이상의 ‘날개’, 최명익의 ‘심문’,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연작, 조남주의 ‘사하맨션’, 박찬욱의 영화 ‘기생충’ 등 한국문학 30편과 대중매체에서 나타난 비천한 존재들을 통해 문학이 어떻게 권력에 저항하는 주체를 그려왔는지 치밀하게 추적한다.

저자 나명철은 작품이 타자를 그리는 방식을 크게 두 축으로 나눈다. 하나는 비천한 존재들이다. 특히 식민지 시대와 개발독재 시대의 논리는 구조적으로 비천한 존재들을 만들어냈으며 ‘날개’, ‘무정’, ‘만세전’ 등에서 비천한 존재들을 잘 묘사한다. ‘무정’에서 조선인 농민은 ‘원주민’으로 그려지고 ‘만세전’에서는 피식민자가 ‘무덤 속의 구더기’로 불리며 차별을 묘사한다. 현대에도 이런 묘사는 이어진다. 영화 ‘기생충’의 기택 가족, ‘사하맨션’의 ‘지렁이’와 ‘나방’처럼 살아가는 빈민들이 그 예이다.

다른 하나는 신자유주의 사회 속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다. 이들은 계급적 불평등이 심화된 양극화의 산물이다. 1970년대만 해도 뒤처진 사람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인간성이 작동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시대에 이르러 계급은 스카이캐슬, 장미빌라, 근린생활자, 고시원, 반지하, 지하로, 공간적으로 드러나게 됐으며, 보이지 않는 존재들은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영화 ‘기생충’에서 박 사장 가족의 ‘캐슬’ 속 지하 벙커는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가 공존하는 이 시대의 단면이다. 공간적으로 계급이 굳어진 신자유주의 시대의 사람들은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도 동요하지 않는 ‘이상한 고요함’을 느끼고, 절망스러운 상황 속에서 ‘무서운 편안함’을 느낀다.

저자 나병철은 저서에서 현대는 프롤레타리아도 민중도 저항의 주체가 되기 어려워진 시대라고 진단하며 실직자, 루저, 난민, 보트피플은 저항의 선봉에 설 수 없는 비천한 존재임을 냉정하게 지적한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저항을 발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말한 새로운 저항이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은유적 정치’라는 미학적 시도를 통해 물밑의 연대를 생성하며 권력의 캐슬을 뒤흔드는 것이다. 이는 화염병과 돌멩이로 맞서는 대항폭력이 아니라, 권력의 존재론적 위계를 뒤흔드는 저항의 춤으로, 100년 전 3·1운동과 최근의 촛불집회가 예이다. 저자는 문학의 이런 힘이 우리가 여전히 문학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가 된다고 말한다.

 

저작권자 © 아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