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창 아내' 아닌 '예술가 박래현'…열악했던 여성미술계 선구자 만난다
상태바
'김기창 아내' 아닌 '예술가 박래현'…열악했던 여성미술계 선구자 만난다
  • 양수진 기자
  • 승인 2020.09.29 1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래현, 삼중통역자'전 전경.(국립현대미술관 제공)


20세기 한국 화단을 대표하는 여성미술가 박래현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오는 2021년 1월3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박래현, 삼중통역자'전을 연다고 29일 밝혔다.

박래현(1920-1976)은 식민지시기 일본화를 수학했으나 해방 후에는 한국적이고 현대적인 회화를 모색했고, 동양화의 재료와 기법을 넘어 세계 화단과 교감할 수 있는 추상화, 태피스트리, 판화를 탐구한 미술가이다.

특히 섬유예술이 막 싹트던 1960년대에 박래현이 선보인 태피스트리와 다양한 동판화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1970년대에 선보인 판화 작업들은 20세기 한국 미술에서 선구적인 작업으로 기록될 만하다고 미술관 측은 설명했다.

박래현은 본인의 이름 대신 '청각장애를 가진 천재화가 김기창의 아내'라는 수식어로 불리는 화가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박래현을 '김기창의 아내'가 아닌 '예술가 박래현'으로 조명함으로써 그의 선구적 예술작업에 대한 비평적 관심을 환기시키고자 하는데 의의가 있다.

전시명인 '삼중통역자'는 박래현 스스로 자신을 일컬어 표현한 명칭이다. 박래현은 미국 여행을 갔을 때 가이드의 영어를 해석해 구화와 몸짓으로 김기창에게 설명했다. 이때 여행에 동행한 수필가 모윤숙이 관심을 보였고, 박래현은 자신이 '삼중통역자와 같다'고 표현했다고 한다.

박래현이 말한 '삼중통역자'는 영어, 한국어, 구화(구어)를 넘나드는 언어 통역을 의미하지만, 이번 전시에서의 '삼중통역'은 회화, 태피스트리, 판화라는 세 가지 매체를 넘나들며 연결지었던 그의 예술 세계로 의미를 확장했다.

 

 

'박래현, 삼중통역자'전 전경.(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 '한국화의 현대'에서는 박래현이 일본에서 배운 일본화를 버리고, 수묵과 담채로 당대의 미의식을 구현한 '현대 한국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소개한다. 조선미전 총독상 수상작 '단장', 대한미협전 대통령상 수상작 '이른 아침', 국전 대통령상 수상작 '노점'이 한자리에서 공개된다.

2부 '여성과 생활'에서는 화가 김기창의 아내이자 네 자녀의 어머니로 살았던 박래현이 예술과 생활의 조화를 어떻게 모색했는지 살펴본다. '여원' '주간여성' 등 1960-1970년대를 풍미했던 여성지에 실린 박래현의 수필들이 전시된다.

3부 '세계 여행과 추상'은 세계를 여행하고 이국 문화를 체험한 뒤 완성해 나간 독자적인 추상화의 성격을 탐구한다. 1960년대 세계 여행을 다니며 박물관의 고대 유물들을 그린 박래현의 스케치북들이 전시된다.

4부 '판화와 기술'에서는 판화와 태피스트리의 새로운 기술을 익히고 동양화의 표현영역을 확장하고자 한 박래현의 마지막 도전을 조명한다. 박래현이 타계하기 직전에 남긴 동양화 다섯 작품이 한자리에 함께 공개된다.

이번 전시는 10월8일 오후 4시에 전시를 기획한 김예진 학예연구사의 설명으로 유튜브에서도 중계된다. 또한 덕수궁관 전시 종료 후 2021년 1월26일부터 5월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서 순회 개최예정이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오랫동안 박래현의 작품을 비장(秘藏)했던 소장가들의 적극적 협력으로 평소 보기 어려웠던 작품들이 대거 전시장으로 '외출'했다"며 "열악했던 여성 미술계에서 선구자로서의 빛나는 업적을 남긴 박래현 예술의 실체를 조명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