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간 방치된 한센인 쉼터…청년작가의 공공미술로 다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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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방치된 한센인 쉼터…청년작가의 공공미술로 다시 태어난다"
  • 강상훈 기자
  • 승인 2020.10.07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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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째 유휴공간으로 방치된 구(舊) 성좌교회와 성가대 연습실


"젊은 미술작가들이 한센인의 쉼터인 안동성좌원으로 찾아와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제안해 깜짝 놀랐습니다. 지난 15년간 유휴 시설인 성좌교회와 성가대 연습실을 활용할 필요성을 절감했지만 방법을 찾지 못하던 중이라 더욱 기뻤습니다."

김광수 안동성좌원 사무국장은 최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원장님과 은퇴하신 장로님들도 제안을 듣고 흔쾌히 수락하셨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북 안동시 거주 젊은 작가들로 구성된 솜아트(대표 작가 이원재)는 '안동시 2020 공공미술 프로젝트' 공모에 '별자리: 별이 남겨진 공간'을 제출해 당선됐다. 솜아트의 사업은 한센인 약 120명이 거주하는 안동성좌원의 유휴공간인 구(舊) 성좌교회와 성가대 연습실을 미디어아트 전시장과 갤러리로 재단장해 한센인들과 협업한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골자다.

김광수 사무국장은 "성좌교회와 성가대 연습실은 1972년 10월26일에 입구 언덕 위에 세워졌다. 2005년 한센인 어르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6개동과 복지관이 지어지면서 15년째 유휴공간이 됐다"며 "지체, 시각, 청각 등 복합장애를 가지신 어르신들이 평균 80세가 넘는 고령으로 언덕 위의 교회까지 왕래하기 힘들어서 예배처소를 복지관 내로 옮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센인의 쉼터인 안동성좌원. 윗줄은 설립 초기 사진들, 중간사진은 현재 안동성좌원 아파트 6개동과 복지관 항공사진, 아랫줄은 약120명 어르신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현재 모습

 

 


김 사무국장은 "최근 언론을 통해 사업 기간이 짧다는 이유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부정적으로 보는 여론을 알고 있지만 적어도 안동성좌원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사업 취지를 목표대로 진행한다면 소기의 성과를 충분히 낼 것으로 확신한다"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이 있지만 어르신과 젊은 작가들 사이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도 말했다.

'공공미술 프로젝트'(총 사업비 759억원)는 코로나19에 따른 고용위기 극복을 위해 지난 7월 제3차 추경 예산에 편성됐다. 이 사업은 지역 미술작가와 청년작가 약 8436명이 전국 228개소 지자체에서 지역민들과 함께 예술작품 설치, 문화공간 조성, 도시재생, 미디어·온라인 전시, 주민참여 공동체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유형의 예술 작업을 펼치는 사업이다.

안동성좌원은 1970년대만 하더라도 안동시 외곽에 있었다. 이후 성좌원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터미널이 주변에 세워지면서 신 시가지의 중심에 놓이게 됐다. 현재 이곳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은 평균 연령 81세에다 한센병 후유장애를 가졌지만 아파트 6개동과 생활관에서 사회복지사들의 다양한 지원을 받으며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있다.

 

 

 

 

 

 

'별자리: 별이 남겨진 공간' 가상안© 뉴스1

 

 


이원재 솜아트 대표작가는 뉴스1과의 여러 차례 통화에서 "안동시민이라면 누구나 언덕 위에 있는 빨간 교회를 본 적이 있다"며 "시민 70%는 어떤 곳인지를 모르고 나머지 30%는 어떤 곳인지 알기 때문에 가까이 못 간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재 작가는 "작품 재료를 구입하기 위해 성좌원 입구에 있는 철물점에 자주 드나들면서 어떤 곳인지를 알게 됐다"며 "성좌원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프로젝트 참여작가를 통해 2002년 현대화 사업으로 성좌원 어르신이 운영하는 양돈양계장이 나눔숲으로 바뀌어 지역 주민의 쉼터로 이용되고 있음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솜아트 소속 작가 9명은 경북 안동에서 활동하는 젊은 작가들이다. 이들은 안동에서 태어나 초·중·고교 동창이거나 안동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원재 작가는 "공모에 선정된 지난 9월초에 솜아트 소속 작가들이 함께 모여 성좌교회와 성가대 연습실을 현장방문했다"며 "유휴공간에서 미디어아트 전시장과 2곳의 갤러리로 탈바꿈할 공간을 각자의 상상력으로 어떻게 바꿀지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성좌교회와 연습실을 개조해 이달부터 2021년 2월까지 총 5회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이곳을 성좌원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면서 안동 거주 미술작가들의 전시공간이자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한 조건으로 한센인 어르신과의 소통과 미디어아트 전시장의 구성을 꼽았다.

그는 "이번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한센인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어르신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를 만들고 싶다"며 "어르신들이 고령이시기 때문에 예의를 갖춰 말씀을 듣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디어아트 전시장은 설치비가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1억원이라는 한정된 예산에서 꾸미기가 쉽지 않지만 지혜를 모아 꼭 만들고 싶다. 경북 안동 지역에 미디아아트 전시장이 전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별자리: 별이 남겨진 공간' 추진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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