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50주년' 조정래 작가가 말하는 문학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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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50주년' 조정래 작가가 말하는 문학의 의미
  • 강상훈 기자
  • 승인 2020.10.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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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스1

 

 대하소설 3부작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비롯해 다양한 소설과 산문집 등을 쓴 조정래 작가(77). 우리는 그에 관해 설명할 때 한국인의 지난 100년을 그린 소설가, 세상과 인간에 대한 탐구라는 소설의 본질을 문학에 녹여낸 작가라고 말한다.

등단 당시 20대 후반의 청년이었던 그는 어느새 70대 노년의 작가가 됐지만, 조정래는 문청 시절 "상처 많고 고통 많았던 우리의 참담한 역사에 대해 쓰겠다"는 다짐을 아직까지 품고 글을 쓰고 있다.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은 조정래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선을 다해 살다 보니 여든이 다 된 나이가 됐고, 등단 50주년을 맞았다"며 그간의 문학 활동을 되돌아봤다.

조정래는 "(50주년에)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반세기 글을 썼으니 뭐라도 하자고 해서 '태백산맥' 등 대하소설 3부작 개정판을 냈다"며 "그것만 내면 밋밋하니 100여명의 독자 질문을 받아 솔직하고 진솔하게, 알차게 답한 산문집 '홀로 쓰고, 함께 살다'를 냈다"고 했다.

대하소설 3부작 개정판은 기존 책과 마찬가지로 도서출판 해냄을 통해 나왔다. 조정래는 개정판을 내기 위해 책을 펴낸 이후 처음으로 정독을 했다. 그는 소설마다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이전 작품을 읽어서는 안 되는 '예술세계의 제약' 때문에 이같은 일이 생겼다고 말했다.

조정래는 "3개 소설을 써놓고 30년 만에 최초로 정독을 한 것"이라며 "제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하는 예술의 숙명을 위해 이전 소설을 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건을 완전히 새로 쓰거나, 주인공을 바꾸는 식의 개작이 아닌 문장 손질 다듬기에 해당하는 퇴고 수준의 개정판"이라며 "처음 소설을 쓸 때 두세 번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쓴 문장이었는데 새로 읽어보니 마땅치 않거나 석연치 않은,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문장이 있어 고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간은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예술은 미완성"이라며 "(이번 개정판 출간도) 완성을 향해가는 몸부림일 뿐이다. 완벽을 향해가는 작가의 진지한 노력으로, 앞으로 퇴고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50년간 쉼 없이 달려온 조정래는 아직도 쓸 이야기가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 사회와 역사 속 갈등과 문제점에 대해 추적해 왔는데, 앞으로는 인간 본질의 문제를 다룬 소설 3권 정도 쓸 것"이라며 "3년 후에는 '작가로서의 완성'을 위해 현재가 아닌 내세에 대한 문제를 다룬 장편소설을 쓴 이후 장편 인생을 마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래는 이 과정에서 '초과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는 "박정희 시대를 굉장히 싫어하는데, 초과달성이란 말만 좋아한다"며 "그 치열성을 사랑한다. 앞으로 건강에 이상 없으면 단편을 50편쯤 쓰고, 명상적 수필을 대여섯 권 쓰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30대 대부터 소망이 뭐냐고 물으면 글을 쓰다가 책상에 엎드려 죽는 것이라고 답했다"며 "지금도 변함 없고, 그것만큼 아름다운 작가의 삶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문학의 위기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 문학계에선 독보적인 자리에 선 조정래이지만, 그에게도 영향이 갈 터. 그러나 조정래는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조정래는 "문학은, 예술은 수용자가 많아서 하는 게 아니다"라며 "밥을 굶으면서도 하는 게 예술가들의 미친 영혼이며, 한 사람만을 위해서 영혼을 던져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존재가 예술가"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다양한 수용성을 믿고, 예술가들의 치열한 영혼을 믿으면서 순문학이 앞으로 어떨까라는 예단이 전혀 필요 없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다만 조정래는 최근 소설가들의 글쓰기 행태와, 노벨문학상에 과도한 관심을 보이는 한국사회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요즘 소설가들이 1인칭 소설을 쓰는 경우가 많다며 "단편은 가능할지 모르나 장편은 못 쓰는데, 그렇게 쓰인 장편은 불구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1인칭 장편소설을 쓰는 후배들을 격려할 수 없고, 그들은 불구의 작가"라며 "(작가들이) 한국문단이 아니라 소설을 읽어야 하는 독자를 위해서, (그들이) 괜히 읽었다는 실망을 하지 않게 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노벨문학상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문학상 중 가장 정치적인 상"이라며 "상을 타는 건 문학의 본질이 아니고, 우리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노벨상에 연연해하는 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노벨문학상을 탔을 때 일본이 엄청 으스댔는데, 뒤에 따라오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의 제자인 군국주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가 스웨덴에 가서 거대한 파티를 20번이나 했다더라"라며 "한국은 그런 파티할 능력이 없다"라고 말했다. 로비를 했다는 의미냐는 질문에 조정래는 "그렇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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