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벽돌에 담긴 '유토피아' 향한 염원…우리의 삶은 아직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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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벽돌에 담긴 '유토피아' 향한 염원…우리의 삶은 아직 반짝인다
  • 강상훈 기자
  • 승인 2020.12.28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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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셸 오토니엘 개인전 'NEW WORKS' 전경.


수십 개의 반짝거리는 유리로 된 벽돌이 계단 형태로 쌓여있다. 벽돌은 거울처럼 그 주변에 있는 것들을 비추고,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모습까지도 담아낸다.

프랑스 현대미술가인 장-미셸 오토니엘은 이를 'Stairs to Paradise'이라고 명명한다. 그리고 작가의 개인전 'NEW WORKS'가 열리고 있는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 K1의 첫 번째 전시장에 작품을 배치한다. 작가는 이 작업을 "유토피아로 나아가고자 하는 작업이자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자연의 힘을 연상케하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작가의 말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가 왜 이런 작업을 하게 됐는지 알아야 한다. 그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8개월 전, 파리에 거주하다가 록다운(봉쇄조치)을 겪었다. 홀로 집에 머물러야 했던 그는 지난 2010년 인도 피로자바드 여정에서 만난 수공예가의 장인정신에 감동을 받아 유리공예 기법을 배운 것과, 집을 짓기 전 땅을 산 후 벽돌 더미를 쌓아 두는 현지인들의 관습을 떠올렸다.

벽돌은 인류 역사에서 오랜 기간 건물을 짓는데 사용되면서 주(住)를 상징하는 재료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나가는 것에는 삶을 향한 염원이 담긴다. 오토니엘은 이런 염원이 자신의 작품에 담기길 바랐다. 그는 '천국 혹은 지상 낙원'에 도달하고자 하는 인류의 열망을 벽돌작품에 담아낸다.

오토니엘은 영상 인터뷰를 통해 "이 작품은 희망의 메시지와 재생에 대한 소망, 새로운 시대에 대한 비전, 그리고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현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며 "예술은 우리로 하여금 현실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을 둘러싼 벽에도 같은 재료(유리 벽돌)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걸려있다. 연작의 이름은 'Precious Stonewall'로, 이 역시 주변을 비춘다. 다만 이 작품들에는 또 다른 의미가 존재한다. 오토니엘이 예술을 사랑하게 된 이유를 만들어준 미니멀리즘 작가 도날드 저드와 칼 안드레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이번 개인전에 나온 오토니엘의 벽돌작품들은 2가지 다른 색이 결합해 조화를 이룬다는 특징이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색의 변화라는 아이디어와 미니멀한 언어가 결합돼 있다"며 예술을 사랑하게 된 영감을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두 번째 전시장에는 벽돌작품들과는 다른 느낌의 작품들이 소개된다. 이곳에서는 장미가 작품의 소재로 나온다. 오토니엘은 이 작품을 제작하기 전 마리 드 메디치와 앙리 4세의 결혼 장면이 담긴 루벤스의 역작 'Wedding of Marie de' Medici to Henry Ⅳ'를 보게 된다. 이 작품의 중앙에는 장미 한 송이가 놓여있는데, 이를 모티브로 작업을 하게 된다.

작가의 영감은 현재 루브르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퓌제 정원에 영구소장된 회화 연작 '루브르의 장미'로 제작된다. 이번 개인전에 나온 작품들은 바로 이 루브르에 있는 작품들과 크기, 형태, 재료 면에서 모두 동일한 것들이다. 캔버스에 검은색으로 그려진 장미들이 전시장 벽면에 나란히 걸린다.

또한 이 장미를 주제로 삼은 조각 '루브르의 장미' 4점도 전시장 가운데 배치돼 있다. 오토니엘은 "저는 주로 수채화 드로잉, 회화, 조각 순으로 작품을 제작한다"며 "전시장에서 장미가 회화와 조각으로 표현되는 일련의 과정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미 조각의 경우 앞서 소개된 벽돌작품과 마찬가지로 '거울유리'로 제작돼 전시공간과 관람객의 모습을 비춘다. 작가는 이런 작업을 통해 사람들의 소망을 담고, 힘든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다.

전시는 2021년 1월31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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