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이란 바다 위 떠있는 섬이 된 스툴…이헌정 '만들지 않고 태어난'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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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이란 바다 위 떠있는 섬이 된 스툴…이헌정 '만들지 않고 태어난'展
  • 강상훈 기자
  • 승인 2021.01.0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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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정의 도자, 만들지 않고 태어난' 전시 전경.(박여숙화랑 제공)


"과거 설치 작업을 많이 했어요. 어린아이도 상상할 수 있는 가구적인 느낌의 작품을 많이 만들었죠. 그런데 사람들은 이를 즐기기 보다 '작품이 무슨 의미를 담고 있냐'고 자꾸 묻더군요."

도자 설치, 도조, 도자 건축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작가 이헌정(53)은 이런 질문이 나오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그가 생각하는 예술은 "이해하기 보다 느끼고 즐거워하는, 직접적인 소통이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스툴' 같은 가구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헌정은 "현대미술은 거창한 수사를 빼버리는 순간 대중과 가깝게 소통할 수 있다"며 스툴 작업을 주로 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작품에 의미를 다는 것도 불편했다"는 것이 그가 덧붙인 이유였다. 지난해 12월부터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박여숙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이헌정의 도자, 만들지 않고 태어난'은 그런 이유로 제작된 스툴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이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들은 전시장 곳곳에 배치돼 있다. 각기 다른 모양과 색깔의 스툴은 그 자체로도 빛난다. 그러나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는 스툴은 전시장을 바다로 만든다. 스툴이 바다 위에 솟아있는 섬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전시장 벽면에 적힌 정현종 시인의 시 '섬'은 그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 그 섬에 가고 싶다."

 

 

 

'이헌정의 도자, 만들지 않고 태어난' 전시 전경.(박여숙화랑 제공)

 

 


이헌정은 사람들이 작품을 그 자체로 느끼고, 즐겼으면 한다고 말하지만, 그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은 그 자체의 아름다움과 스툴(등받이와 팔걸이가 없는 의자)이라는 가구의 기능적인 특성에 그치지 않는다.

그가 평생 미술을 하면서 변화해온 작업과 표현방식으로부터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헌정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도예를 전공한 도예가였다. 그러나 이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조각을 전공했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건축학까지 섭렵했다. 그럴 때마다 그의 작업 매체나 표현방식은 변했다.

그는 이같이 변화가 있을 때마다 사고방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를 "여행 같다"고 했다. 그는 "여행은 귀환을 전제로 한다"며 "그 귀환한 곳이 도예"라고 했다. 그렇게 이헌정의 작업에는 그의 삶이 묻어있고, 도전정신이 담겨있다.

이헌정의 작업에 대한 성찰, 태도, 미적 감각은 유명인들을 홀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건축가 노먼 포스터, 빛의 작가 제임스 터렐,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 힙합 뮤지션 퍼프 대디 등은 이헌정의 작품을 소장품으로 지니고 있다.

전시는 오는 28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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