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으로 간 연극분장…디자이너 이동민이 연출한 '분장화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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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으로 간 연극분장…디자이너 이동민이 연출한 '분장화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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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민 분장 디자이너


몇십 년 동안 한길만 걷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른 뒤 다른 길을 다시 걷는 일은 더 어렵다. 평생 쌓아 놓은 것들을 두고 다시 아기처럼 걸음마를 내디뎌야 한다.

26일 첫 전시를 앞두고 있는 분장 디자이너 이동민(59)의 이야기다. 반평생이 넘는 35년 동안 연극, 영화, 뮤지컬 등 약 300여 작품의 분장을 맡으며 업계에서 말이 필요 없는 실력자로 인정받는 위치까지 올라온 그가 무대 위 분장이 아닌 분장화(畵)를 들고 전시관으로 왔다.

22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그는 "이번 전시회는 공연이 아닌 또 다른 장르인 미술 쪽으로의 데뷔"라며 "내게는 새로운 시도이자 도전"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분장화는 분장 디자이너가 해석한 극 중 인물의 성격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국내에서 이런 전시는 처음이다. 그는 "예를 들어 '나이 서른의 집에만 있는 여성 폐병 환자' 같은 텍스트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콘셉트를 얼굴에 표현한 것"이라며 "있는 그대로 그리거나 특징에 초점을 맞춘 인물화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에서 조삭(왼쪽), 연극 '오셀로'의 이야고(이동민 디자이너)

 


이번 전시에는 연극 3편에 등장하는 주요 배역의 분장화 22점을 가져왔다. 몰살당한 조씨 가문에서 살아남은 아이를 지키기 위한 의인들의 희생과 복수를 그린 '조씨 고아, 복수의 씨앗' 속 인물 16점, 탐욕스런운 아버지와 그에 반란을 꾀하는 자식들의 이야기인 '봄날' 속 인물 3점이다.

"자연스러운 분장을 추구한다"는 그는 두 작품에 대해 "분장 디자이너로서 나의 대표작"이라고 했다. "분장이 의상이나 무대 등 극의 전반적인 것들과 잘 어우러져 만족스러운 분장디자인이었다"는 것이다.

연극 '오셀로'의 인물을 그린 3점은 조금 다르다. 연출자의 의도에 따라 무대에 올렸던 '오셀로' 분장이 아닌 분장 디자이너로서 독자적인 해석을 넣어 표현한 그림이다. 이른바 '콘셉트 분장화'로 다른 작품들에 비해 배우의 감정이나 얼굴 근육 등이 최소한만 표현돼 있다.

이 디자이너가 그림을 시작한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마지막을 생각하면서다. 그는 "분장을 오래 했다. 은퇴하기 전에 작품집을 한번 내려고 그림을 그리게 됐는데 전시까지 왔다"며 "주변에서 한번 해보라고 해서 용기를 얻은 것도 있다"고 말했다.

"그림 한 장을 온전히 그린 것은 처음"이라지만 그림이 낯설지 않았던 것은 가족의 영향도 있어 보인다. 연극 연출가인 그의 아버지(이원경, 1916~2010)가 서양화를 전공했고 언니 역시 서영화 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에서 영공의 신하(이동민 디자이너)

 

 


농담처럼 시작됐지만 가볍지는 않다. 그는 "아직 역량이 안되고 더 노력해야 한다"면서도 "이번 전시는 단발성이 아니고 한번 시작했으니까 그만둬야 할 때까지는 계속 그릴 것"이라고 했다.

다음 전시도 계획하고 있다. 안톤 체호프의 4대 희곡 중 하나인 '벚꽃 동산'과 연극 '오레스테스' 인물을 새로 해석한 분장화를 내놓을 생각이다.

"이번에는 분장디자이너에게 익숙한 재료인 파스텔과 색연필로 그렸는데 다음 작품은 어떤 재료와 기법으로, 또 어떤 콘셉트로 할지 더 고민해봐야 해요. 언젠가는 유화로도 그려볼 생각입니다."

'이동민 분장畵 전시회'는 26일부터 31일까지 혜화아트센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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