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윤심덕이 부르는 '생의 찬미'…연극 '관부연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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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윤심덕이 부르는 '생의 찬미'…연극 '관부연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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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관부연락선'(아떼오드)

추문은 언제나 대중의 이목을 끈다. 그것이 비극적이거나 부도덕한 남녀의 사랑이라면 더욱 그렇다. 유부남인 극작가 김우진과 한국 최초 소프라노 윤심덕의 동반 자살 (추정) 사건이 약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연극과 드라마 등으로 만들어지는 데는 그런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달 초 막을 올린 연극 '관부연락선' 역시 이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윤심덕과 김우진이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이다. 연극은 윤심덕과 동갑이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산 가공인물 홍석주를 내세워 두 여성의 우정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배경은 1926년 일본에서 부산으로 가는 관부연락선. 홍석주(김려원·황승언·혜빈 분)는 화물칸에 숨어 동향 동생인 급사소년(이한익·최진혁 분)이 가져다주는 썩은 감자를 먹으며 밀항 중이다. 모두가 잠든 늦은 밤 몰래 갑판 위에 나왔다가 바다에 뛰어든 남녀를 보고 그중 윤심덕(제이민·김히어라·김주연 분)을 구하며 인연을 맺는다.

계층이 다른 두 사람의 우정이나 사랑 이야기가 으레 그렇듯이 둘은 티격태격하다가 서로의 사정을 알게 되고 조금씩 가까워진다. 왜 바다에 뛰어들었는지, 왜 밀항을 하는지 둘의 사연이 양파껍질처럼 하나씩 벗겨지면서 관객들도 이들의 아픔에 공감한다.

극과 극의 배경에도 두 여성이 서로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의 사회가 평범한 여성에게는 물론 유명한 소프라노에게도 쉽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것이 100년 전 불명예스럽게 사라진 윤심덕이라는 인물을 되살려 홍석주와 함께 '생의 찬미'를 부르게 한 이유가 아닐까.

다만 극은 그리 무겁지 않다. 무엇보다 새침하면서도 천진난만한 윤심덕이 재미를 더한다. 밀항 중에도 시도 때도 없이 노래를 흥얼거리고,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급사소년에게 매력을 뽐내는 장면에선 소프라노의 충만한 자기애가 느껴진다.

배를 형상화한 무대 위에는 주로 두 여성의 대화와 몸짓뿐이지만 80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특히 여러 번 등장하는 '산타루치아'의 도입 부분은 극이 끝난 뒤에도 귓가에 맴돈다. 공연은 5월9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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