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엘라의 畵音] 온몸으로 외치고 소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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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라의 畵音] 온몸으로 외치고 소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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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작품 '리듬 0'© 뉴스1


(서울=뉴스1) 노엘라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가 = 장미, 깃털, 향수, 꿀, 빵, 포도주…. 탁자 위에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칼, 가위, 채찍, 못, 그리고 총알이 들어있는 총도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 한 여자, 행위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 1946-)

마리나 아브라모비치는 자신을 오브젝트, 즉 사람이 아닌 '물건(대상)'이라고 칭한다. 그러고는 테이블 위에 있는 물건들을 자신의 몸에 마음대로 사용하길 허락한다. 행위예술의 현장이다. 관객들에게 예술가의 몸을 오브젝트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 것이다. 6시간 동안 이루어진 이 퍼포먼스는 처음에는 별 무리 없이 진행됐다. 관객들은 그녀를 어루만지거나 그녀의 팔을 들어올리는 정도의 시도를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현장은 점점 다른 각도로 변해갔다. 사람들은 그녀의 옷을 찢고, 장미가시를 배에 찌르고, 칼로 피부를 베고 총을 겨눴다. 그녀는 벗겨졌고, 피를 흘리고 있었다. 퍼포먼스가 끝나고 그녀가 오브젝트가 아닌 인간으로 돌아왔을 때 관객들은 서둘러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다. 그녀는 "관객에게 맡기면, 그들은 살인을 할 수도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행위 예술의 대모라 불리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작품 '리듬 0'이다.

 

 

 

아브라모비치의 퍼포먼스 'AAA-AAA'© 뉴스1

 

 


아브라모비치의 작품은 가학적 행위를 포함한다. 잔을 깨뜨리고 자신의 배에 별 모양의 칼 자국을 남긴 다음 얼음 십자가 위에 누워 히터로 배의 상처를 뜨겁게 만든 '토마스의 입술', 손가락 사이에 칼을 꽂는 러시안 게임을 인용한 '리듬 10', 그리고 별 모양의 불꽃 중앙에 누워 결국 산소 부족으로 의식을 잃었던 '리듬 5' 등이 그러하다. 그녀는 온 몸으로 고통을 이야기한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발가벗기고 채찍으로 때린다. 고통에 고통을 더한 행위 예술.

그녀의 또 다른 충격적인 작품은 '발칸 바로크'다. 이 작품에서 아브라모비치는 4일동안 피가 묻은 1500여개의 소뼈 무덤에 앉아 피를 닦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전시장에는 피냄새가 진동했다. 발칸반도에서 30만명 이상의 사망자를 낳은 전쟁을 표현하기 위함이었다고 한다. 그녀는 이 작품으로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온 몸을 던져 폭력과 전쟁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던 아브라모비치. 그녀와는 다른 방법으로 폭력을 고발한 음악가가 있다. 다름아닌 비폭력주의를 외쳤던 비틀즈 멤버, 존 레논(John Winston Ono Lennon, 1940-1980). 그는 곱게 꾸며진 침대 위에서 평화시위를 하고, 아름다운 노래로 세계평화를 외쳤다.

 

 

 

 

 

 

'침대 평화 시위 퍼포먼스'(Bed-in Peace Performance)© 뉴스1

 

 


'침대 평화 시위 퍼포먼스'(Bed-in Peace Performance)는 침대 위에서 이루어진 행위예술이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9년, 전위 예술가 오노 요코와 결혼한 레논은 자신들의 신혼 침대를 공개했다. 기자들은 몰려왔고 인터뷰가 진행됐다. 침대 머리 위에 그들은 '머리카락 평화'(Hair Peace), '침대 평화'(Bed Peace)라 쓰인 플래카드를 놓고 하루 12시간 동안 침대 위에 누워 평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Bed-in'은 시위를 의미하는 'Sit-in'에서 따온 말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결혼이 국제적 이목을 끌 것을 알고는 이런 퍼포먼스를 기획했다고 한다. 세계가 주목할 때 인류평화를 외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 총 2주간 진행된 이 퍼포먼스에서 이들은 하얀 색 침대에서 하얀 잠옷을 입고 편안하게 누워 시위를 이어갔다. 이들의 침대에서 이뤄진 평화시위는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그들은 또한 '배기즘'(Bagism), '전쟁은 끝났다'(War is over)등의 캠페인을 벌이며 평화를 주장했다.

레논은 퍼포먼스 뿐 아니라 노래로도 반전 평화를 외쳤다. 오노가 쓴 저서 '그레이프프루트'에서 영향을 받아 쓰여진 '이매진'(Imagine)은 전설적인 노래로 남아있다. (2017년 오노는 이 노래의 작사가로 추가됐다.) 또한 그는 '신'(God)이라는 노래에 '신은 우리가 우리의 고통을 측정하는 개념입니다'라는 가사를 넣어 무신론을 내비친다. 무정부, 무종교를 표방하는 그의 행보는 많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오노와의 만남 역시 비틀즈를 해체하게 만든 원인이라 보았기에 그녀에 대한 시선 역시 곱지 않았다. 사람들은 오노를 '동양의 마녀'라 불렀다. 레논을 '미치게' 만들었다고도 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그들의 사랑과 예술을 막지 못했다. 레논은 그의 인생을 "1940년 태어나 살다 1966년 요코를 만남"이라 표현할 만큼 오노와의 만남을 자신의 역사적 사건으로 꼽았다.

 

 

 

 

 

아브라모비치의 '정지에너지' © 뉴스1

 

 


아브라모비치에게도 그녀의 예술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있다. 10여년간 그녀의 연인이었던 울라이. 레논과 오노가 함께 했던 작업들처럼 그들 역시 수 많은 작품을 함께 했다. 서로의 머리카락을 묶어 연결시킨 상태로 서로의 등을 대고 16시간 가량을 앉아있는 '시간의 관계',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큰소리로 소리치는 퍼포먼스 'AAA-AAA'등이 있다. 그 중 '죽음의 자아'라는 작품은 키스하듯 서로의 호흡에만 의지해 숨을 쉬는 작품이다. 시작 후 17분 만에 이산화탄소 과다로 쓰러졌을 만큼 위험한 작품이었다.

그들의 또 다른 대표작 중 하나는 '정지 에너지'다. 울라이가 아브라모비치의 가슴을 향해 활을 당긴 채 멈춰 서 있는 작품. 조금만 실수를 해도 활은 아브라모비치의 가슴에 꽂힐 것이다. 상대를 완전히 믿지 않고서는 진행 할 수 없는. 이렇듯 사랑과 믿음을 바탕으로 다소 위험한 작업들을 해 왔던 그들의 사랑도 결국엔 시들어갔다. 하지만 이들은 이별 역시 예술로 승화시킨다. 만리장성의 양 끝에서 시작해 중간지점에서 만나 이별을 고하는 것. 그들은 장장 2500Km를 90일에 걸쳐 걸었고 만났다. 그리고 포옹했고, 헤어졌다. '연인: 만리장성'이라는 제목의 이 퍼포먼스를 끝으로 이들은 다시 보지 않았다.

 

 

 

 

 

아브라모비치의 퍼포먼스 '예술가는 여기있다'© 뉴스1

 

 


그로부터 약 20년 후, 아브라모비치는 MoMA 에서 '예술가는 여기있다'라는 퍼포먼스를 진행한다. 자신의 앞에 놓여진 의자에 앉아 자신을 바라보는 관객과 눈을 마주치는 퍼포먼스. 이 단순한 퍼포먼스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호응할까 싶었지만 결과는 엄청났다. 3개월간 진행된 전시에는 수 많은 인파가 몰렸고 줄을 서서 그녀와의 만남을 기다렸다. 의자에 앉아 그녀를 바라본 많은 관객들은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렸다. 모든 것은 눈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던 어느날 아브라모비치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났다. 다름아닌 그녀의 연인 울라이. 그는 관객 중 한 사람으로서 아브라모비치가 앉아있는 의자 반대편에 천천히 다가가 앉았다. 그녀가 그를 바라보았고 그녀의 얼굴에 미세한 미소가 먼졌다. 그리곤 이내 눈물이 고였다. 그 순간을 바라보는 관객들은 그 현장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한동안 울라이를 응시하던 아브라모비치는 마침내 손을 뻗어 그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관객들은 그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말은 필요치 않았다. 관객들은 그 순간을 느꼈고 이해했다.

그렇게 예술은 이해되고 소통된다.

상상해보세요, 천국이 없다고.
해보면 쉬운 일이에요.
발 아래 지옥도 없고,
머리 위엔 하늘만이 있다고.
모든 사람들이 오늘만을 위해 산다고 상상해보세요.
국가가 없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무엇을 위해 죽일 일도, 죽을 일도 없고, 종교도 없다고.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산다고 상상해보세요.
누군가는 헛된 꿈이라고 말하겠지만,
혼자만의 꿈은 아니에요.
언젠가 당신이 함께하길 바래요.
그러면 세상은 하나가 될테니까요.
(Imagine 가사 일부)

 

 

 

 

 

 

아브라모비치의 퍼포먼스 '예술가는 여기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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