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컬렉션] 한국미술 명작② 김환기의 '여인과 항아리'와 '산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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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컬렉션] 한국미술 명작② 김환기의 '여인과 항아리'와 '산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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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국립현대미술관(관장 윤범모)이 이건희컬렉션 1488점 가운데 20세기 초반에서 중반까지 한국 근현대 작품 중심으로 주요작 58점을 오는 21일부터 먼저 선보인다. 우리 미술품에 대한 사랑을 국민과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는 고인의 뜻을 기리기 위해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 명작'에서 주요 작품을 지상 공개한다.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중 김환기 작 '여인드로가 항아리' ⓒ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김환기는 '여인들과 항아리'에서 비대칭의 자연스러운 선과 투박한 색면 처리를 즐겨 사용했다. 이는 작가가 조선 백자의 형식미를 흠모했기 때문이다.

'여인들과 항아리'는 파스텔톤의 색면 배경 위에 양식화된 인물과 사물, 동물 등이 정면 또는 정측면으로 배열돼 고답적인 장식성을 띈다. 단순화된 나무, 항아리를 이거나 안은 반나의 여인들, 백자 항아리와 학, 사슴, 쪼그리고 앉은 노점상과 꽃장수의 수레, 새장 등은 모두 1948년 제1회 '신사실파' 시기부터 50년대까지 김환기가 즐겨 사용했던 소재들이다.

그러나 전쟁과 피난의 현실을 은유했던 노점상이나 인물들이 판자집, 천막촌 대신 조선 궁궐 건축물과 함께 배열되고, 물을 긷고 고기를 잡아오는 노동현장의 여성들은 고운 천의 옷을 걸친 여성들로 변모하여 전체적으로 장식적인 풍요의 이미지를 자아낸다.

'여인들과 항아리'는 1950년대에 조선방직을 인수하여 국내 최대의 방직재벌 기업가가 된 삼호그룹의 정재호 회장이 퇴계로에 자택을 신축하면서 대형 벽화용으로 주문 제작됐다. 1960년대 말 삼호그룹이 쇠락하면서 미술시장에 나와 이후 이건희컬렉션으로 소장된 듯하다.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중 김환기 작 '산울림 19-II-73#307' ⓒ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산울림 19-II-73#307'은 김환기의 뉴욕시기 점화 양식의 완성 단계를 보여주는 1973년 작품이다. 흰 사각형 안에는 동심원들이 세 방향으로 퍼져나가면서 울림을 만들어내며 흰색의 사각형 밖에서 대각선의 방향으로 별처럼 쏟아지는 점들과 대조를 이룬다.

채색 없이 캔버스 바탕을 그대로 남겨둔 흰색의 사각형은 내부와 외부의 공간이 중첩되면서 무한의 공간으로 깊이 확장되는 효과를 자아낸다. 흰 선에는 점이 찍히면서 번진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 그 자체로도 미묘한 진동을 만들어낸다.

작은 점들의 파동이 광대한 우주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는 효과를 자아내는 듯한 점화를 통해 김환기는 미국의 색면 추상과 차별화되는 동양적, 시적 추상화의 세계를 구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환기는 일기에서 "1973년 2월 19일 올해 처음 큰 캔바스 시작하다"며 "3월 11일, 근 20일 만에 307번을 끝내다. 이번 작품처럼 고된 적이 없다. 종일 안개비 내리다"고 적었다.

그는 1970년부터는 보다 본격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점화들이 시도했다. 그는 1970년 점화에서 단색조의 점들을 화면 전면에 걸쳐 수평, 수직으로 채워나간 형태를 출발했다. 1971년부터 수평 수직 구도는 동심원 구도로 발전돼 직선 구도가 교차되기도 하고 하얀 직선이 결합돼 공간이 보다 복잡하게 중첩되면서 미묘한 진동을 만들어내는 화면으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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