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 미국의 UFO 첫 인정이 불러낸 '햄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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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관의 세계인문여행] 미국의 UFO 첫 인정이 불러낸 '햄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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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국립극장이 공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햄릿' 포스터


백년쯤이 흐른 뒤에 역사는 2021년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아마도 2021년 유월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지 않을까. 미국이 미확인비행물체(UFO)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기념비적인 해로. 이를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 버금가는 대사건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나오고 있으니.

미국 군사정보국은 6월25일 "UFO의 실체는 규명하기 어렵지만 국가 안보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9쪽짜리 보고서를 발표했다. 9쪽짜리 보고서는 2004년 1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해군 조종사들의 UFO 목격 사례 144건을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

민간인의 목격 사례는 처음부터 분석 대상에서 배제했다. 조종사들은 항공기를 모는 고도로 훈련된 전문가들이다. 이 보고서는 144건을 분석한 결과 레이더와 같은 장비 이상으로 인한 식별 오류가 아니라 '물리적 객체'(physical object)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UFO에 이렇게 쓰고 있다.

"높은 바람 속에서 정지해 있거나 갑자기 움직이거나 상당한 속도로 움직이는 특성이 있었다. 식별 가능한 추진 수단도 없었다. UFO가 무엇인지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조사를 위한 자료가 부족한 상황이다."

보고서를 축약하면 이렇다. UFO는 존재하며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 물론 외계(外界)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존재하는 것은 확실하지만 아직 정보가 부족해 정확히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미국 정보당국은 그동안 미 해군 조종사들이 목격한 정체불명의 비행체(UFO)들이 실체는 있지만 외계인들의 우주선이라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4일) 보도했다. 사진은 미 해군 조종사가 촬영한 '미확인 비행 현상' / 사진출처 = 미국방부 제공 영상 캡처

 

 


UFO 문제는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한 번쯤 관심을 가졌을 주제다. 관심을 오래 지속시켰느냐 잠깐뿐이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특히 소년들에게 UFO는 공룡 못지 않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다.

UFO 목격자들은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셀 수도 없이 많다. 그 증언들도 너무나 구체적이고 생생하다. 그런데도 우주과학기술이 가장 발달한 미국 정부는 그동안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언제부턴가 UFO 목격담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취급되며 조롱거리가 되었다. 실제로 미국은 1940년대 이후 일관되게 UFO 신빙성에 대해 일축해왔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보고서가 나왔을까.

UFO 전문기자 레슬리 킨과 뉴욕타임스 기자가 공동으로 쓴 기사가 2017년 12월16일 '뉴욕 타임스' 1면에 실렸다. 미국방부가 10년 넘게 UFO전담부서를 운영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숨겨왔다는 내용이었다. 두 저널리스트의 집요한 탐사 보도로 인해 미국이 공식적으로 2021년 6월 그 실체를 인정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제 남은 다음 단계는 UFO와 외계와의 연관성이다.

 

 

 

 

 

셰익스피어

 

 


420년 전 '햄릿'의 독백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햄릿'이 세상 빛을 본 게 1601년이다. 그러니 올해는 '햄릿' 탄생 420주년. '햄릿'은 420년이 흘렀건만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는 명언과 명구의 대양(大洋)이다. '햄릿'은 여전히 재해석되고 있으며, 여러 대목에서 현대인에게 차용되어 새로운 의미를 생성해 낸다. 2016년에는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베네딕트 컴버배치 주연의 '햄릿'이 영국 국립극장에서 올려지기도 했다. 햄릿 역은 그 나라 최고 배우에게만 주어지는 영예다.

나는 대학 시절 영어연극 '햄릿' 공연에 스태프로 참여한 적이 있다. 친구들이 '햄릿'의 대사를 외우고 연기하는 것을 컴컴한 객석에서 여러 번 지켜보았다. 그때는 조금 안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지금 와서 보니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피만 끓었던 스무 살 언저리의 청년이 셰익스피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하룻강아지처럼 무모한 일이었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햄릿'은 주인공 햄릿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왕위에 올라 어머니와 결혼한 숙부 클라우디우스에게 복수하는 과정을 그린 비극이다. 무대는 덴마크의 크론보르 성.

'햄릿'의 1막 5장으로 들어가 본다. 5장은 덴마크 왕자 햄릿이 성벽망루에서 선왕(先王)의 유령과 만나는 장면으로 전개된다. 햄릿은 유령의 말을 듣고 부하 호레이쇼에게 자신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암시한다.

"···그러므로 그걸 낯선 손님처럼 환영하게.

하늘과 땅 사이에는 인간의 철학으론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많다네, 호레이쇼.

그러나 어디 보자,···내 행동이 아무리 이상야릇하더라도.”

굵은 부분의 영어 원문은 다음과 같다.

"There are more things in heaven and earth, Horatio, than are dreamt of in your philosophy."

 

 

 

 

 

1605년 런던에 출간된 '햄릿' 표지 / 사진출처 = 위키피디아

 

 


이 대목은 종종 나이 차를 뛰어넘는 남녀 간의 운명적인 사랑을 설명하는 대목으로도 차용된다. 독일 총리를 지낸 게르하르트 슈뢰더는 2018년 한국인 부인 김소연씨와의 연애가 화제가 되었을 때 기자회견에서'햄릿'의 이 대사를 언급해 주목을 끌었다.

"하늘과 땅 사이에는 인간의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더 많다. 여생의 절반을 한국에서 보내기로 결정한 것은 이해를 넘어서는 운명 같은 어떤 것이다."

나는 국내외를 통틀어 세계적 명사가 자신의 새로운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햄릿'을 인용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 말이 신선하고 감동적이어서 나는 슈뢰더의 '햄릿 인용'을 주간조선 편집장 시절 편집장 편지(2018.2.3)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다.

'인간의 철학'이란 무엇인가. 수학, 화학, 물리학, 천문학, 문학 등이다. 인간의 여러 학문 중 우주 현상에 대해 코멘트를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가 물리학과 천문학이다. '상대성 이론'을 발견한 아인슈타인과 '빅뱅 이론'의 저작권자 스티븐 호킹은 물리학자다. 현존하는 물리학자들 대부분은 UFO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기존의' 물리학적 지식으로는 도무지 해석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시 원문을 보자.

"There are more things in heaven and earth, Horatio, than are dreamt of in your philosophy."

하늘(heaven)과 땅(earth). 원문에서는 하늘과 땅을 동격(同格)으로 놓았다. 과연 지구라는 행성이 우주와 동격이 될 수 있을까. 우주에서 볼 때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한 지구가 하늘과 대등할 수 있나. 지구에서 관측되는 우주(cosmos)와 같은 천체가 셀 수도 없이 많다지 않는가. 인간의 철학에 들어가는 수학, 화학, 의학, 생물학, 물리학, 천문학, 문학 같은 것도 실은 '창백한 푸른 점'에서 만들어낸 아주 작은 성과에 불과할 수도 있다.

UFO 관련 영화는 헤아릴 수 없다. 스필버그 감독의 'ET'부터 '콘택트'까지. 대중가요로도 나왔다. 패닉이 1996년에 발표한 노래 'UFO'. 이번 UFO보고서를 계기로 지금까지의 문법과는 다른 또 다른 차원의 UFO영화나 음악이 나올 것이다.

 

 

 

 

 

우주에서 본 지구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청춘을 청춘에게만 주기에는 너무 아깝다'를 비롯해 재치 있는 어록을 남긴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런 쇼가 셰익스피어를 그대로 놓아두었을 리가 없다.

"셰익스피어를 즐길 수 없는 사람은 불쌍하다. 그는 수천명의 유능한 사상가를 제치고 살아남았으며, 앞으로도 수천명을 더 제칠 것이다."

미국의 UFO보고서가 '햄릿' 1막 5장을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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