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D MOON / 신라연 作
GOLD MOON / 신라연 作

흔히 예술을 가리켜 창조적 파괴 행위라고 말한다. 예술가의 독창성을 중시하여 나온 말이다. 여기서 파괴되어야 할 대상은 기존의 기법, 기존의 형식 등 작품창조와 관련하여 이미 존재하고 인정받고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때의 파괴는 이런 기존의 것들과의 결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무로부터의 창조가 될 수 없는 것이 또한 예술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것들로부터 탈피하되 적절하게 그것들을 바탕으로 삼아 새로운 미학을 개척해나가는 온고지신의 태도가 예술가들에게 요구되는 부분이다.

신라연 작가의 작품이 여기에 해당한다. 신 작가는 우리의 전통적인 도태칠기를 이어받아 여기에 새로운 도자미학을 이입함으로써 전통의 현대화를 멋지게 성취하고 있다. 도자기 표면에 옻칠을 하고 다시 그 위에 얇은 금이나 은으로 다양한 문양을 디자인해 새겨 넣었다. 옻칠 도자공예에 금박, 은박이 결합해 전통에 갇히지 않는 새롭고 현대적인 작품이 탄생된 것이다.

금박, 은박은 옻의 거무스름한 색채와 대비를 이룬다. 금, 은의 화려함과 옻의 소박함이 공존하고 있는데 작가는 대립되어 보이는 두 요소를 한데 어우러지게 하고 있다. 옻과 금, 은의 조화, 우연과 필연의 조화, 도자와 칠기의 조화, 그리고 전통과 현대의 조화이다. 

이런 조화를 이루는 비결은 간결하고 절제되었으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에 있다. 금박, 은박 그 자체의 화려함으로 인해 자칫 검은 옻칠의 소박함과 자연스러움을 가려버릴 수 있음에도, 디자인의 절제와 간결함을 통해 화려함을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옻칠에서 풍기는 토속적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전통칠기도 얼마든지 현대적이고도, 새롭고 화려할 수 있음을 느끼게 만드는 부분이다. 도자기를 기능적 도구 이상의 심미의 대상으로 당당히 승격시켜준 작가의 예술적 역량과 감각적 섬세함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작가는 이 밖에도 작품 속에 회화성을 강조하기도 하고 장식성을 강조하기도 하는 등 전통적인 도태칠기에 현대적 심미성을 부여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전통을 이어받되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현대화하기 위해 고심한 작가만의 고뇌가 여실히 묻어나는 부분이다.

작가는 “표현기법을 향상 시키려는 시도와 작품에 대한 진지한 태도는 도예영역의 예술가에게 있어 반드시 갖춰야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자공예는 인간의 삶과 가장 밀착된 곳에서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예술이자 문화의 영역인데요, 전통적 기법의 개선과 새로운 재료의 융합을 통해 도자영역이 이 시대 미술의 중심에 설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라고 전했다.

 

작가 신라연
작가 신라연

◇ 전시 주요 이력

2021_ 안과 밖의 경계에서 展 (원주 중앙도서관 갤러리, 원주)
2020_ 벽 위에 핀 꽃展 (원주 중앙도서관 갤러리, 원주)
      _ '기림-울림-차림-되돌림' 초대전 (인사아트프라자, 서울)
2019_ 陶漆, 신라연 초대 개인전(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_ 싱가포르 뱅크아트페어 (오챠드 샹그리라 호텔, 싱가포르)
      _ 陶漆, ‘금결담아’展, 초대전 (인사아트프라자, 서울)
2018_ 도자칠기(陶磁漆器)展, 초대전 (국회의원회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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