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ds on the road / 김선 作
Weeds on the road / 김선 作

음악은 예술의 본질에 가장 가까이 다가서 있다. 음악가는 음을 모아 화음의 연결인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악을 듣고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미지를 떠올린다. 하지만 음 자체는 구체적 이미지를 묘사하지 않는다. 

음을 가지고 음악가들은 어떻게 구체적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음을 배열하고 조합해내는 기술에 의해 가능하다. 이를 작곡이라 하는데, 구성의 진수를 보여주는 예술이다. 그래서 작곡과 구성을 콤퍼지션(composition)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미술에서도 음악의 이러한 태도를 따라 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인상주의가 쇠퇴하던 19세기 말의 일이다. 이를 미술사에서는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고 부른다. 회화에서 음악의 구성 방식을 처음 시도한 이는 미국의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1834-1903)다. 그는 회화의 선, 형태, 색채가 음악에서의 음과 같다고 여겨, 작곡가가 음을 구성하듯이 화면 속에서 어떻게 배치하고 조합할 것인가를 그림의 목표로 삼았다. 

배치 및 조합과 같은 구성은 현대 예술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통한다. 구성의 힘이 빛을 발하는 장르는 예술 양식의 종합판으로 불리는 영화다. 감독은 문학, 음악, 미술, 무용, 영상 등을 조합해 자신의 예술적 색채를 완성한다. 이를 조합하는 방식이 구성인데, 흔히 편집이라고 부른다. 결국 각 장르의 예술적 단위는 감독의 편집에 의해 영화라는 옷을 입고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다. 

김선의 작업도 이런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 그의 작업을 언뜻 보면 마치 식물도감의 화보처럼 보인다. 다양한 식물 모습이 섬세한 필치로 묘사됐기 때문이다. 색채가 지나치지 않고 자연스러워 들풀을 드라이플라워처럼 만든 것처럼도 보인다.

그런데 그가 그린 식물은 실제 모습을 대상으로 했지만 실상과는 전혀 다르다. 작가에 의해 새롭게 창조된 형태를 가진 식물이다. 영화감독의 편집 방법과 같이 식물을 선택하고 자신의 의도에 맞게 구성한 모습이다. 구성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은 식물인 셈이다. 

그는 채집한 식물을 분리하고 선별해 천에 재배치해 새로운 형태로 만든다. 이를 돌로 문질러 형태를 새겨 넣는다. 이렇게 식물 본연의 자연색과 형태로 밑그림을 만든다. 그리고 섬세하게 묘사해 완성한다.

작가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풀을 채집하고 이를 재구성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식물로 만들어내는 것을 예술적 사고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실천하고 있다. 김선의 회화가 친숙하면서도 낯설어 보이는 이유다.

김선 작가는 "풀더미 숲에는 고유한 각각의 들꽃과 잎이 있지만 멀리서 보면 그저 잡풀일 뿐입니다. 개체의 고유한 모습을 안다면 그 풀더미는 우리의 정원 같은 풍경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느낀 풀들의 모습을 채집해 천 위에 작업합니다. 제가 추구하는 작품은 고전적 민화 이미지를 빌린 후 순지에 분채 물감이 아닌 캔버스에 아크릴로 그리는 작업입니다. 재료의 스펙트럼이 넓은 현대의 작업 환경에서 보면 서양화의 주재료인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은 민화의 표현 방식이나 방법에 좀 더 창의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수단이 될 거로 생각합니다. 향후 현대미술을 이끌 수 있는 한국적인 것을 찾아 민화를 재해석하고 싶습니다"라고 전했다.

 

작가 김선
작가 김선

◇ 전시 주요 이력

2021_ 뱅크 아트 페어(인터콘티넨탈 호텔)
      _ 갤러리K 제휴작가 선전 공모전 (갤러리K, 콩세유 갤러리)
      _ HES ART FAIR (인사 프라자 갤러리)
2020_ 토포하우스 개인전, 서울
      _ 부산 국제 아트 페어 (부산 벡스코)
      _ 무아프 아트 페어 (예술의 전당)
2019_ 경인 미술관 개인전,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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