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의 반복으로 드러난 인간 내면과 세계

숨-안녕 / 이영숙 作
숨-안녕 / 이영숙 作

‘점’은 자연이다. 점들이 모여 우주가 탄생하고, 작은 점에 지나지 않았던 생명이 어머니 뱃속에서 지내다가 이 세상에 나오고, 자라나고, 성인으로 커간다. 이것이 작은 점에 지나지 않았던 우리의 변화다.

하지만 점이 시작만 의미하지는 않는다. 소멸과 죽음의 형상도 함께 가지고 있다. 모든 생명은 결국 죽고, 썩고, 마침내 낱낱이 분해되어 흙먼지가 된다. 우리가 첫 숨을 내쉬었듯, 마지막 숨을 내쉴 날도 예정돼 있다. 그렇게 마지막 숨을 내쉰 후, 우리는 먼지가 된다. 먼지가 되어 하늘을 날아다니고, 강물에 내려 앉아 물결을 따라 유유히 흘러가고, 바다에 도착해 조용히 심해에 침전된다. 모든 것은 점에서 출발해 점으로 도착한다.

이영숙 작가는 이러한 세상이 응축 되어있는 ‘점’의 미학을 화폭에 담아내는 작가이다. 이영숙의 미학은 점의 미학이다. 그리고 세상을 담은 미학이다. 작가는 “점은 우주의 중심이고, 전체성이고, 완전함이며 만물의 기원 입니다. 이 점은 모든 가능성을 합한 점이고, 성스러운 공간이며,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곳 입니다.” 라고 언급했다.

그의 초창기 ‘점’ 작업에서의 ‘점’은 죽어있는 모습처럼 나타난다. 그저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측면이 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의 새로운 시도와 도전은 조금씩 점에 생명을 불어넣었고, 마침내 살아 숨 쉬는 생명으로서의 점으로 변모했다. 그의 작업 속에서 주목할 부분은 ‘동양의 점법’에서 ‘서양의 점묘법’으로 변한 표현 형식이다. 이런 변화가 점의 속성을 바꿔놓았다. 

그렇다면 동양의 점법과 서양의 점묘법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동양의 점법이 표현 대상의 묘사를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점을 찍는 방식이라면, 서양의 점묘법은 대기에 떠도는 미세한 빛입자를 찍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점묘법은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면서 분해되는 색상을 고려하여 색 점들을 병치하는 묘법이다. 그래서 대상의 형태를 그리기 위해서 점을 찍는 것이 아니라, 빛에 의해 드러난 대상의 색상을 표현하기 위해 점을 찍는 것이다. 점묘법 그림이 마치 망울망울 떠다니는 색색의 빛 입자들로 화면이 채워진 것처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양의 점법에서 서양의 점묘법으로 변한 그의 작업은 대상을 표현하기 위해 점을 찍는 기존의 방식에서, 빛의 색 입자를 표현하기 위해 점을 찍는 새로운 방식으로 변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빛 입자로서 점의 표현 방식은 점을 대상에 종속시키는 방식을 벗어나 ‘점 그 자체’에게 자율성을 부여했다. 점의 속성이 바뀐 것이다. 

그럼 이영숙 작가가 그려내는 이 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바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다. 그 점들은 반짝인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쉰다. 작가에게 점을 찍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그리는 것이며 세상을 그리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그가 그린 점들은 유난히 보석처럼 빛난다.

 

작가 이영숙
작가 이영숙

◇ 전시 주요 이력

2021_ 나혜석미술대전 25주년 특별기획초대전 / 아트페이스 광교
      _ 여주스타트 전 ‘공존의 시간’ / 아트뮤지엄 려
2020_ ‘이른봄 나들이’-예술가의 작업실‘ 기획초대전 / 여주미술관
      _ 여주시 미술관‘아트뮤지엄 려’ 기획전 / 아트뮤지엄 려
2019_ 개인전 '숨-안녕' / 이천아트홀 갤러리
      _ ‘SONG OF TIME’ 기획초대전 / 어우재미술관

 

저작권자 © 아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