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비롯한 지역 문화재단 및 기관 담당자와 민간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모두 팸투어’ 모습
수도권을 비롯한 지역 문화재단 및 기관 담당자와 민간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모두 팸투어’ 모습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이사장 김형희, 이하 장문원)이 주최·주관하는 ‘모두예술주간 2023 : 장애예술 매니페스토’가 11월 1일(수)~12일(일) 모두예술극장에서 성황리 진행됐다.

모두예술주간은 올해 10월 개관한 국내 첫 장애예술인 표준공연장인 모두예술극장의 주요 공간에서 펼쳐졌다.

접근성, 장애의 감각 등 장애예술의 주요 이슈를 다루는 국내외 학자·기획자·예술가의 강연, 라운드테이블, 워크숍, 토크, 전시 등 20여 개의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모두를 환영한다는 테마 아래 공연장 팸투어 및 숙박지원프로그램 등 다양한 부대 행사를 함께 선보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를 포용하고 환대한 ‘모두 환영’ 테마

모두예술주간은 올해 행사를 찾는 모든 사람을 포용하며 적극 환영하겠다는 의미로 ‘모두 환영’을 올해의 운영 테마로 선정했다.

먼 거리로 인해 행사 참여에 어려움을 겪는 비수도권 거주 장애예술인 및 장애예술 활동가들에게 행사 방문 기간 중 △숙박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모두 환영’을 운영했으며, 장애예술 사업을 진행하는 기관 담당자 및 민간 예술가들의 활발한 참여와 네트워킹을 위한 △‘모두 팸투어’를 두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팸투어에 참여한 수도권을 비롯한 지역 문화재단 및 기관 담당자와 민간 예술가들은 장애예술 프로젝트 진행에 도움이 될 만한 통찰력과 정보를 얻는 자리였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모두예술주간은 이번 행사에서 다뤄진 담론이 현장에 연계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적극 유도해나갈 예정이다.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성을 고려한 기획과 운영으로, 관람 장벽 걷어내

또한 모두예술주간은 프로그램별 이동 지원, 휠체어석, 자막 해설, 수어 통역 제공 등으로 극장 방문 및 프로그램의 접근성을 높였으며,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프로그램 내용을 가공한 ‘쉬운 텍스트’도 홈페이지를 통해 선보였다.

더불어 매 프로그램 진행 전 장애/비장애인이 서로를 포용하고 배려하며 관람하는 ‘모두를 위한 에티켓’ 공지를 통해 관람객들의 성숙한 관람 문화를 이끌어냈다.

12일간 20여 개 프로그램… 연일 흥행 성공

‘모두예술주간 2023’은 20세기 중반 일어난 새로운 예술운동의 정신과 의미를 밝히는 글을 뜻하는 ‘매니페스토(manifesto, 선언)’라는 주제 아래 장애예술의 시의적절한 화두와 담론으로 많은 이들의 참여와 호응을 이끌어냈다.

행사의 시작은 젠더와 인종, 섹슈얼리티를 포함한 차이의 교차성을 가로지르며 장애예술 운동을 중심으로 활약한 아만다 카시아(휴스턴 대학교 캐서린 G. 맥거번 예술대학 조교수)가 열었다.

11월 1일(수)에는 △강연 ‘접근성 비판 : 제도적 접근성에서 접근성 미학으로’가 진행됐고, 다음 날인 11월 2일(목)에는 △장애의 관점에서 전시와 박물관의 접근성에 중심을 둔 큐레이팅의 실천 사례에 대해 다룬 라운드테이블 ‘접근성을 미학적으로 전유하기 -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가 진행돼 장애예술 및 접근성의 미학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예술가와 관련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토 아사(도쿄공업대학 미래인류연구센터 디렉터 겸 ‘기억하는 몸’(현암사, 2020),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에쎄, 2016)의 저자)는 시각장애와 다른 장애를 예로 들며, 세상을 보는 다양한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강연 ‘장애의 감각으로 존재한 적 없는 사회를 상상하기’와 △워크숍 ‘보이지 않는 나라를 디자인하기’를 진행했다.

특히 허버트 조지 웰스의 SF 소설 ‘눈먼 자들의 나라’에서 영감을 받은 ‘보이지 않는 나라를 디자인하기’ 워크숍에서는 음식, 건축, 법, 예술, 의사소통 방식 등 한 나라를 구성하는 요소들에서 시각을 제외했을 때 어떻게 변화하는지 각 분야의 전문가, 시각장애인, 비시각장애인이 그룹별 토론을 진행하며 새로운 감각의 나라를 상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와 관련 한 참가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감각의 바로미터를 벗어나 새롭게 감각의 세계를 재구성해봄으로써 편협한 시각과 제한된 감각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참여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11월 9일(목)에는 캐리 샌달(‘소란스러운 몸 : 장애와 퍼포먼스’(University of Michigan Press, 2005)의 공동 편집자, 미국 시카고일리노이대학교 장애및인간발달학과 교수, 장애예술 단체 네트워크 Bodies of Work의 디렉터)이 장애예술의 미학을 새롭게 탐색하는 △강연 ‘장애예술 미학의 명명과 주장’, △워크숍 ‘바라보지 않을 것, 바라보는 것, 바라볼 것 - 장애예술을 읽어내는 법’을 진행했다.

캐리 샌달의 강연에서는 ‘장애예술의 ‘접근성’과 ‘포용성’에 대한 담론에서 장애예술 그 자체로 관심을 돌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주제로 장애인의 신체, 정신, 감각의 특수성을 바탕으로 급진적인 타자성을 주장하는 장애예술 공연에 대해 이야기했다.

또한 ‘모두예술주간 2023’에서는 발달(학습)장애인과의 협업과 상호작용을 토대로 한 포용적 예술(Inclusive Arts)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도 만날 수 있었다. 앨리스 폭스(브라이튼대학교 예술대학 부학장), 한나 맥퍼슨(서섹스, 브라이튼, 베드포드셔대학교 선임 연구원 겸 컨설턴트)이 참여해 한국 기획자, 예술가의 사례발표와 함께 토론을 나누는 △라운드테이블 ‘포용적 예술과 현대미술이 만나는 곳’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창작 활동을 현대미술이 어떻게 다룰 것인지 들여다봤다.

이 외에도 모두예술극장 부대시설 내 진행된 장애예술 전시도 높은 호응을 이끌어 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일상적 ‘예술하기’를 시도한 ‘무리무리 아무리’, 작품과 공간, 아티스트와 관객,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짓거나 혹은 무너뜨리는 것이 아닌 모든 요소가 특정한 위계 없이 병렬로 놓이며 나란하게 관계 맺는 구조를 실험한 ‘나란나란’ 전시에 많은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각 프로그램을 통해 생산된 콘텐츠는 추후 ‘모두예술주간 2023’ 공식 누리집(dawis.kr)을 통해 아카이빙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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