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모란, 2019 ⓒ갤러리K
달항아리-모란, 2019 ⓒ갤러리K

세계적인 석학이자 문화비평가인 프랑스의 기 소르망은 "백자 달 항아리는 어떤 문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한국만의 미적, 기술적 결정체로, 한국의 브랜드 이미지를 정하라고 한다면 난 달 항아리를 심벌로 삼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한국 현대미술의 선구자 김환기 화백 역시 생전에 “내가 조형미에 눈뜬 것은 도자기에서 비롯됐다”고 할 정도로 달 항아리에 심취했다.

눈처럼 흰 바탕색과 둥근 형태가 보름달을 닮았다고 해서 ‘달 항아리’라 이름 붙은 이 백자의 미학은 ‘불완전함’에 있다. 크기가 커서 한 번에 물레로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위와 아래의 몸통을 따로 만들어 이어 붙이게 되는데, 컴퍼스로 그린 원과 비교하면 아이가 그린 것처럼 엉성해 보이면서도 순진한 아름다움이 있다. 

이 매혹적인 형태의 기품 있는 항아리는 오늘날에도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불어넣으며 현대적 미감의 작품으로 재탄생하고 있는데 오만철 작가의 작품이 그 중 하나이다.

오만철 작가는 평면의 백자도판을 화선지 삼아 평평한 면에 형상을 입체적으로 조각하는 저부조의 형식으로 달 항아리를 재현했다. 우윳빛 색감을 중심으로 청색 톤을 살려내 영롱하고 소담스러운데다 귀티가 난다. 작가의 절절한 달 항아리 사랑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분청에 전통안료인 청화, 철화를 결합하는 방법으로 종이에 수묵을 그릴 때처럼 색감이 배어들거나 번지는 효과를 만들어 내는데, 1330℃의 불세례를 견뎌낸 견고한 작품들은 수묵화의 농담과 번짐, 스며듦 및 여백의 느낌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어 도자의 묵직함과 수묵화의 은은한 매력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다.

 

반추-달항아리-매화, 2017 ⓒ갤러리K
반추-달항아리-매화, 2017 ⓒ갤러리K

작가는 달 항아리와 함께 매화, 대나무와 같이 한국적인 정서가 가득 담긴 소재들을 그려 넣는데 청색과 흰색의 강약이 빚어내는 안료의 리듬감이 오묘함을 선사하며 현대미술의 최대 화두인 감성 공간을 연출해낸다. 달 항아리를 보고 있으면 머릿속에 아무런 잡념이 떠오르지 않아, 그저 멍하니 계속 바라보게 된다던 기 소르망의 말이 자연스럽게 생각난다.

오만철 작가는 “도자회화가 세계 속으로 뻗어나가는 미술계의 한류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하며 “우수한 우리의 도자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고 한국적인 전통미와 더불어 독창적이고 깊이 있는 도자회화로 재해석한다면 세계인이 좋아하는 예술품이 될 수 있는 가치가 충분하다”고 전했다.

수묵화를 그리면서 그림에 미치고, 물레를 차면서 흙에 미치고, 도자기를 구우면서 불에 미쳐 살아 온지 30여년.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과 도자회화의 독창성을 알리는 전시를 통해 국내는 물론, 영국, 프랑스, 미국 등지의 서구 미술계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세종대 융합대학원에 신설된 실용예술포슬린학과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며 도자회화를 미술의 한 장르로 정착시키는 노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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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철 작가

오만철 작가는 홍익대 미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단국대 대학원에서 도예를 전공한 후 동양화와 도예 작업을 병행했는데 각각의 매체만으로는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끊임없이 탐구하다 중국 도자기의 본산인 장시성의 징더진(景德鎭) 답사를 통해 해답을 찾았다. 그 곳에서 토질이 곱고 깨끗한 고령토를 발견한 것이다. 도자판 위에서도 화선지의 스밈과 번짐이 가능함을 목도하고 조선시대의 도공과 화공의 역할을 자처하며 꾸준히 수행해온 결과, 도자회화라는 새로운 장르의 예술세계를 열었고, 이러한 공로로 2015년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ㆍ2015년 한국 신지식인 선정(한국신지식인협회)
ㆍ현 세종대 겸임교수 및 홍익대 외래교수, 현 세종조형연구소 및 중미갤러리 대표
ㆍ2020 Artplus GALLERY 초대 개인전 (미국)
ㆍ2019 L'IME ART Gallery 초대전 (프랑스)
ㆍHan Collection 초대 개인전 (영국)
ㆍThe Art & Antiques Fair Olympia (영국)
ㆍ통인 옥션 갤러리 초대 개인전 (서울)
ㆍ2018 세종갤러리 초대 개인전 (서울)
ㆍA+ 린 갤러리 초대 개인전 (서울)
ㆍHan Collection 초대 개인전(영국)
ㆍ조형아트서울 초대전 (서울)
ㆍL'IME ART Gallery 초대전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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