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풍경의 3개년 프로젝트 두 번째 작품 여성, 희곡쓰기 ‘작가’ 공연
상태바
극단 풍경의 3개년 프로젝트 두 번째 작품 여성, 희곡쓰기 ‘작가’ 공연
  • 장영석 기자
  • 승인 2020.11.16 09: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극 작가 포스터

플레이티켓은 극단 풍경(대표 박정희)이 11월 20일부터 29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여성, 희곡쓰기를 주제로 한 연극 ‘작가’를 공연한다고 밝혔다.

극단 풍경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중장기창작지원사업에 선정돼 3년간 ‘작가’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작품을 만들어 가고 있다. 5월 첫 번째 사업으로 선택한 장 주네에 이어 현재 영국 연극계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작가 엘라 힉슨의 ‘작가(The Writer)’를 무대에 올린다.

엘라 힉슨의 극작법은 단순히 소재로써 여성의 이야기를 올리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는 적절한 형식에 대한 고민을 같이 무대에 올려놓는다. 그리고 이를 통해 여성의 이야기에 맞는 형식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포함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특히 ‘작가(The Writer)’는 그러한 엘라 힉슨의 고민이 가장 잘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극단 풍경은 글로 세상을 바꾸겠다고 믿는 여성 희곡 작가가 끝날 것 같지 않은 수정의 과정을 거치는 이야기를 무대에 올림으로써 무엇이 진정한 글쓰기인지, 무엇이 예술의 새로운 형식을 구축하는지, 진정한 글쓰기에 대한 노력은 무엇에 부딪히고 있는지 들여다보고자 한다.

이번 작품에는 탄탄한 연기력으로 매 작품마다 흥미로운 인물을 만들어내는 윤상화 배우가 연출 역할로 출연하며, ‘메이크업 투 웨이크업 2’와 같은 작품에서 페미니즘적인 관점의 공연창작을 시도해 온 황은후 배우가 작가 역할로 작품의 밀도를 높여줄 것이다. 또한 홍선우, 김별, 노현수, 라소영이 출연하며, 지난 작품에 이어 드라마터지 마정화, 시노그래피 여신동의 재합류로 더욱 탄탄한 작품으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논의 중 여성 작가가 겪게 되는 고민과 난관

‘작가(The Writer)’에서 엘라 힉슨은 본격적으로 여성적 글쓰기에 대해서 고민한다. 이 작품은 여성 작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세상을 바꾸고 싶지만 연극이 그럴 가능성이 있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작가와 그러한 작가의 글이 가진 상업성을 알아 본 연출이 같이 작업하면서 무대에서 작가의 글은 쓰여지고 공연되고 허물어진다. 작가의 사생활은 다시 공연이 되고 작가와 연출의 격렬한 토론은 허물어지는 장면으로 변한다. 그렇게 하면서 작가는 자신의 글을 찾아나간다.

‘작가’에서 엘라 힉슨은 관계와 형식에 대한 고민을 소재로 무대에 올린다. 작가는 무대에서 여러 번 같은 장면을 다른 관계로 반복한다. 남자배우와 동거하던 작가는 다음 무대에서 여자 배우와 동거하면서 같은 장면을 연기하고 작가의 글은 배우의 성별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엘라 힉슨이 ‘작가’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예술이 사회에서 가져야만 하는 역할에 대한 논의이고 그 논의에서 여성 작가가 어떤 고민과 난관을 겪게 되는지 일 것이다. 그러한 이야기를 엘라 힉슨은 연극의 특징인 일회성을 이용해서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그러한 시도 속에서 새로운 글쓰기는 어떻게 가야 할지를 탐구한다. 이 탐구는 여성적 글쓰기라는 고민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연극에서 연출과 작가, 그리고 배우가 가지는 권력관계를 드러내 준다. 예술은 일상과 동떨어진 순수한 아름다움이 아니라 일상의 차별과 갈등, 그리고 그러한 일상에 대한 반추로 만들어지는 작업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기존의 질서를 흔드는 새로운 이야기를 통해 사회의 모순을 들여다보다

어쩌면 여성적 글쓰기가 새로운 글쓰기라는 말은 의미 없는 말일지도 모른다. 모든 글은 새로운 글쓰기를 표방하며 모든 연극은 알고 있는 이야기를 새롭게 하고 싶어 한다. 새롭다는 말은 단지 흥미롭거나 재미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새롭다는 것은 기존의 질서를 흔들고, 기존의 질서로 인해 무시되었던 이야기와 논의를 다시 끄집어내겠다는 의지이다. 이로 인해서 예술은 다시 한 번 사회의 모순을 들여다보고 그 사회에서 필요한 이야기를 말할 수 있게 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새로운 이야기가 바로 여성의 이야기일 것이다. 더 많은 여성적 글쓰기가 기존의 굳어버린 이야기를 흔들어버릴수록 연극은 더욱 흥미롭고 재밌는 예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극단 풍경이 엘라 힉슨을 지금 한국에서 공연한다는 것은 단지 지금 인기 있는 외국 희곡을 올리겠다는 것은 아니다. 연극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시도하고 있는 젊은 작가를 한국에서 공연함으로써 좀 더 다양한 논의를 한국 연극에 불러일으키고 그로 인해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의 가능성을 알아보고자 한다.

◇작품 줄거리

빈 극장에 두고 간 가방을 찾으러 다시 돌아온 여성은 극장에 남아 있는 남성과 마주치게 된다. 여성은 작가, 남성은 연출로 오래전 남성은 여성의 예술성을 치켜세워주면서 성추행을 시도한 전력이 있다. 이번에 연출은 그 여성 작가의 분노에서 상업적 잠재력을 인지하고 다시 한 번 글을 써 보라고 권한다. ‘작가’는 현재 여성 예술가가 겪을 수 있는 상황에서 시작해 작가는 어떤 작품과 어떤 삶을 선택하고 만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5장면으로 구성된 ‘작가’는 매 장면마다 일관되게,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예술은 무엇인지, 예술가는 어떤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준다. 공연의 어떤 부분은 작가의 희곡일수도, 어떤 장면은 연출의 연극일 수도 있고, 또 이 모든 장면은 연극이거나 사실이 될 것이다. ‘작가’는 작가의 현실과 작가의 작품, 그리고 작가의 내면과 외부 세계의 경계를 허물면서 21세기 현재 예술은 무엇인지, 그리고 예술가는 어떤 선택을 삶과 자신의 예술에서 해야만 하는지를 탐구한다. 현실과 작품을 겹쳐 놓고 그 안에 갇힌 작가라는 인물을 통해 극작가 엘라 힉슨은 여성은 예술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또는 어떤 예술을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엘라 힉슨의 ‘작가’는 지금 가부장제 아래에서 예술을 직업으로 선택한 여성이 느끼는 자아 성찰이 비극으로 깨달아지는 과정을 다양한 글쓰기와 장면 만들기로 보여주는 공연이다.

극단 풍경

1999년에 창단해 20주년을 맞이한 극단 풍경은 전통적 극단 시스템 위에서 구성원이 평등한 자격으로 소통하는 현대적 시스템을 제시하고자 한다. 또한 지속적인 집단 훈련과 워크숍을 통해 레퍼토리 개발과 동시에 연극 연기론의 21세기적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있다. 앞으로도 극단 풍경은 관객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가장 아름다운 연극을 생산하며, 연극계 생태의 흐름을 형성하는 한국 대표 극단으로 이어가고자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