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연 / 엄혜란 作
향연 / 엄혜란 作

 

현대미술에서 작가들에게 주어진 표현의 자유는 재료나 기법에 대한 영역 확장을 가져왔고, 인간의 삶 속에서 가능한 모든 것을 수용 가능하게 되면서, 소재의 고유한 특성이 곧 작가의 조형 의지와 내면을 대변할 수 있게 되었다.

전통이라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전통적 이념이나 표현방법 자체를 변화시키거나, 작가의 표현 의도에 따라 소재와 이미지의 변용을 통해 새로운 미감으로 나타내기도 한다. 이러한 매체에 대한 자유로움읕 통해 작가들은 표현 영역을 넓혀가기도 하고, 동시대적 미감에 충실하면서 색다른 방식의 조형성을 획득하기도 한다.

엄혜란 작가는 위 언급한 내용들을 모두 아우르는 작업세계를 펼치고 있다. 2019년 제 38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전통미술공예 부문 대상의 영애를 안았던 그는, 한지를 핀셋으로 한올 한올 올리고 옻을 혼합한 황금빛 색채의 물감을 올려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펼쳐나가는 작가이다. 용지로서 한지가 가지는 보존성이라든지 다양한 질감의 활용도 물론이겠지만, 엄 작가만의 특유의 작업 방식으로 표출된 한지는 그 자체로 현대미술의 조형적 실험과 특징을 잘 반영해주고 있다.

엄 작가는 한국의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 향기를 낼 수 있는 ‘부조 회화’ 대표 작가이다. 그의 작품들을 보고 있자면 다채로운 색감과 두꺼운 질감이 사뭇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그가 재료적으로나 화면 구성에 대한 새로운 시도로 ‘부조 회화’를 고집하게 된 까닭은 우리 전통의 원형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우리 전통을 지니고 있으면서 더 나아 가는 게 의무라고 느낀다고 작가는 말한다. 옛것을 받아들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닌, 이를 변화시키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자 하는 그의 의지 때문일 것이다.

그의 조형적 실험을 통한 예술적 성취는 한국적 정서가 반영된 작품들이 직면할 수 있는 동시대적인 문제점과 고민에 대한 해법의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러한 조형 어법의 심화가 어떤 새로운 실험보다 더 와 닿는 것은 그의 예술적 성취가 치열한 연구 과정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는 “우리의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믿음으로 전통을 통해 아름다움을 보며 옛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함에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비록 조그만 작업이라도 많은 작업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지만 저만의 작업 세계를 펼칠 수 있음에 더욱 매력을 느낍니다. 너무 주관적이지 않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창의적 작업을 이어가기 위해 앞으로도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라고 전했다.

 

작가 엄혜란
작가 엄혜란

◇ 전시 주요 이력

LA 국제 아트쇼(미국)
웨스턴 갤러리(미국)
상해 쿠퍼 현대미술관(중국)
밀라노 산페데레 갤러리(이탈리아)
홍콩 한국 아트전(홍콩)
              그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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