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져버린 약속 / 이두환 作
깨져버린 약속 / 이두환 作

장자(莊子)가 혜자(惠子)와 함께 호수의 돌다리 위를 노니는 중 장자가 말했다. 

“피라미가 나와서 한가로이 놀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물고기의 즐거움일세”

혜자가 말했다.

“자네는 물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 수 있겠는가?”

장자는 “자네는 내가 아닌데 어떻게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지 못하는지 알 수 있겠는가?”라고 답했다.
                                                                         
-장자(莊子) (외편外篇) 中

 
말이란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약속이자 전달을 위한 수단이지만, 말로서 전해지는 과정에서 참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분일 뿐일 것이다. 그리고 그 참이라는 것 또한 말로 전하는 순간 깨어지기 마련이다.

이두환 작가는 이러한 인간의 관계 맺기의 소통 과정과 그 의미에 천착해오며, ‘현대인의 초상’이라는 주제로 한국화의 전통적 기법과 화려한 색채에 다양한 도상을 접목해 인간의 양면성과 그 안에 감춰진 내면적 자아를 표현한 회화작품을 선보인다.

이두환 작가의 작품 속 등장하는 동식물, 모자, 해, 달 등의 다양한 소재의 화면 배치, 그리고 세련되고 감각적인 색채로 대인관계에서 관계 맺기의 소통 과정 중 느낄 수 있는 소외감, 관계에 대한 외면과 나약한 의지를 다잡기 위해 끊임없는 다짐을 반복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표현했다. 

재료적으로는 한국화의 채색 안료와 두꺼운 장지 등의 전통적인 재료로 작업을 함과 더불어 파스텔톤 색상의 화려한 색채와 여러 가지 도상의 혼합을 통한 신선함을 자아낸다. 그리고 작업 속 무수히 쌓아 올린 안료의 겹겹은 단순한 적묵법(積墨法)의 변형이 아니다. 이러한 반복을 통해 두께와 깊이를 갖게 되는 과정은 인간관계와 유사하다. 반복되는 만남과 관계 속에서 굳고 두터워지며 때로는 기존의 모든 것들을 잘라내고 털어낸다.

그의 초기 작품은 인간의 업보와 윤회를 왜곡된 형태로 반영하는 인물화가 주를 이루었으나, 이후부터 현재까지 인간 관계에 있어서 자신과 타인이 인식의 거울로서 규정하게 되는 의미에 대한 탐구가 그의 작품의 주를 이룬다.

그는 인간 관계의 좋고 나쁨을 저울질하지 않는다. 관계에 대한 아쉬움이나 미련도 없으며 대립이나 모순 또한 그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으로 수용하며 의존하거나 단절하지도 않는다. 때문에 그로 인해 희비가 엇갈리는 감정의 교차에 대해서 집착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 속 도상들은 외면, 소외, 우울, 소심, 가식, 절망 등 우리 현대인의 초상인 것이다.

이두환 작가는 “저의 작업은 대상의 외적으로 보이는 형상보다는 감춰진 내면의 모습을 알고자 하는 궁금증에서 기인합니다. 이방인처럼 살아온 저 자신의 이야기를, 사람들과 부대끼며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에 대한 고민을 자화상으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제 작업은 저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안료를 쌓는 것이 아니라 교차시키는 과정을 통해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많은 관계 속에서 파생되는 복잡다단함이고, 또 이러한 작업과정은 제가 느껴온 관계와 그것으로부터 비롯되는 변화를 말하는 과정입니다. 제 작업을 통해 관객분들이 외부 대상과 자신의 내면에 대한 사유와 인식의 과정을 함께 경험해보길 바랍니다”라고 전했다. 

 

작가 이두환
작가 이두환

◇ 전시 주요 이력

2020_ 현대인의 초상전(뜨락갤러리, 장성)
      _ 의재특별상 수상작가 기획전 (무등산 생태탐방원 아트홀, 광주)
2019_ 현대인의 초상- 이미지의 변증법전(무등갤러리, 광주)
      _ 현대인의 초상- 이미지의 변증법전 (소촌아트팩토리, 광주)
2018_ 현대인의 초상전 (영산강문화관 갤러리, 광주)
2016_ 관계와 변화 그리고 내면의 투영전 (아트타운갤러리, 광주)
2013_ 현대인의 초상전 (잠월미술관, 함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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